붉은 꽃사이에
빛을 모두 나누어 주어버린,
필시 제일 짙었을 흰 꽃 하나의 향기가
바람에도 지워지지 않아,
이 가을, 이제 떠나야만 하는 서러움을 흘린다.
짙은 향기도, 고운 혈색도.
젊음의 피 끓어 잠들지 못하던 수 많던 바람불던 날에
그 얼마나 시달려왔는지.
이름없이 스러지는 이 향기야
오로지 그가 살았음을 짐작하는 토대어니
오로지 눈물같은 향수만을
그 누구 그리워할 사람을 위하여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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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가 남은 방에는
체취가 남은 방에는
체온이 남은 방에는
누군가 있었음을 다만 짐작할 뿐.
그 자가 어떤 방문을 넘어갈 때에도
나는 다만 모를 어떤 이가 존재했음을
다만 잔재의 향수때문에
그리워 한다.
그가 누구였든 어느 곳에 향수를 남긴 유일한 자라는 이유만으로
雪<ゆ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