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골목 술안개 젖어드는 저녁
어느 지하 단칸방 한가운데
술병 하나 쓰러진다
서럽게 취한 피에 취한
고주망태 모기씨도 창가에 앉아
뾰족입에 피땀 닦을 즈음
그 병주둥이에 맺혔던
뜨건 피땀을 마시려
선풍기가 돌아간다
살며시 고개숙인 선풍기
그, 어머니의 서늘한 무릎팍
거기 술병 하나 머리를 괸다
툭, 심장을 조이는 소리로
선풍기가 도리질한다
죽어가는 알콜인형을 위해
그 한 줌 남은 숨소리 위해
어머니가 도리질한다
'더워도, 잘때는 도리도리 해야혀. 안그럼 숨멕혀 죽는다잖냐'
목놓아도 목숨은 놓지 말라고
목놓으시던
어머니의 그 울음소리
중고 선풍기 놓아주시며
드리운 노을에 목놓으시며
카랑카랑 퍼런 기침을 배앝으시던
- 2003년 8월 14~1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