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제 손이 따듯해 졌네! 아까는 얼음처럼 차기만 하더니..』
내게 이야기하면서도 시종 열이 나도록 내 손을 만지작거리던 지영이, 이젠 안
심이 된다는 듯 그때까지의 자신의 행동을 멈추며 말했다. 나는 그런 지영을 보
며 처음으로 <싱긋> 웃어 보였다. 그러자 지영도 따라서 <싱긋> 웃어 주었다.
『참!! 그리고 말인데.. 너를 이해하는 것 말야. 그 건 내가 할게. 그러니까 다
른 사람들이 네 마음 알아주지 못한다고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또 네가 사
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로 파생되는 문제들로 그들을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
도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얼마만큼 널 이해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나 많이 노력할게.』
지영이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순간 술기운이 <확-> 달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지영의 다정한 마음이 녹아 있는 그 마지막 말이 너무나 감격스러워 가
슴이 벅차 올랐다. 나는 충만한 기쁨과 감동에 젖어 눈시울을 붉힌 채 입술을
씰룩였다. 하지만 결국 그 어떤 말도 찾지 못하고, 벅차 오르는 심장을 지니고
선 <와락!> 지영을 끌어안았다.
종전과는 사뭇 다른 내 감정의 변화를 눈치 챈 지영이, 비 개인 오후의 햇살처
럼 맑게 빛나는 최상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보고 있으면 냉혈한인 사람의 가슴
까지도 따뜻하게 녹아들게 만들 것 같은 사랑스런 미소였다. 그런 해바라기 같
은 미소를 지영이 나를 위해 지어주고 있었다. 아! 난 그때 비로소 알게되었다.
내 옆엔 언제나, 항상, 변함 없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늘, 햇살 같은 미소를 지
어 주는 지영이가 있다는 사실을! 난 지영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며 말했다.
『지영아!! 너! 너 뿐이야! 바로 너야!』
나를 보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뒤돌아서 눈을 들어 보면 언제나 지영이가 웃고
있었다. 내 외로움의 끝을 묵묵히 지켜주면서 언제나 내 손잡아 주고 있었다.
『너!! 너 뿐이야! 나를 나일 수 있게 하는 존재! 내가 세상에 있음을 알게 하
는 존재! 내가 있음을 깨닫게 하는 존재!』
10년 전, 그때부터 내 곁엔 항상 지영이가 있었다. 아! 나는 얼마나 바보 같았
는지! 나는, 내 품안에서 환하게 미소짓고 있는 지영이를 보며 이젠 혼자가 아
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난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슬프지 않았다. 아프지
않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