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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넌 비가 오면 무슨 생각을 하니? 9

     날짜 : 2004년 11월 11일 (목) 2:48:38 오후     조회 : 725      

드디어 우리들에게도 이별의 시간이 다가와 있었다. 약속된 기차시간에 쫓기
듯 그와 나는 부랴부랴 역까지 갔으며, 나는 그를 배웅하기에 이르게 되었다.


『지훈아, 그동안 너와의 펜팔 너무나 즐거웠어. 나, 오늘 너와의 만남 잊지 못
할 거야..좋은 기억 지닐 수 있게 도와줘서 고마워. 돌아가서도 언제나 건강하
게 잘 지내.』


나의 마지막 인사에 그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응. 지수야..너..너도..잘 지내.』

『응.』

『저..저기...이거 너 줄려고..만든 건데..바...받아..주겠니?』


그가 가방 안에서 뒤적뒤적 급히 뭔가를 찾더니 불쑥 내게 들이밀었다.


『지훈아, 이건?』


그가 내게 건넨 것은 나무로 깎아서 만든 여인의 조각상이었다.


『고마워. 난 네게 줄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그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아니야...네..네가...오늘 나와..준 것이...나에겐 최고의..서..선물이었는
걸.』


그의 말에 나는 싱긋 웃어 주었다. 그러자 그의 표정이 아주 밝아졌다.


『저기...그럼...난 이만.』


그는 이 한마디와 함께 곧 플랫폼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중간쯤 가다가 아쉬운 듯 내게 돌아서더니, 그때까지 그의 모습을 지켜보
던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밝게 웃으며 힘차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를 실은 기차가 떠나가는 것을 보고 나서 한참이 지난 후였다. 이상하게도
나는 갑자기 알 수 없는 가슴아픔을 느꼈다. 왜..? ...왜...? 이젠 모두 다 끝났는
데...왜 이렇게...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거지?
모든 게 다 끝나서 속이 시원해야 하는데, 오히려 기분은 더욱 찜찜하기만 하
고 가슴속은 답답하기만 했다. 뭔가 빼먹은 것 같고, 뭔가 개운치가 않고, 뭔가
충족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왔다.
왜...?...왜...?나는 내 자신에게 알 수 없는 물음만 던져놓은 채 아무런 답도 찾
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나는 곧 탈진한 사람 마냥 몸에서 힘이 빠
져나가는 것을 감지했다.
아마도 그가 떠남과 동시에 참고 있던 내 감정의 봇물이 한꺼번에 터져 나와
내 의지와 마음을 조이던 긴장감이 풀어졌기 때문이었으리라. 나는 그대로 대
합실 의자에 잠시 기대어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챙-그르르-!! 챙-그르르!!

고요를 깨뜨리며 들려오는 맑은 공명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나는 벌떡 눈을
떴다. 그리고는 소리의 발원지를 찾아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그런 내 시야에
들어 온 것은 나의 손을 떠나 바닥 아래에 널브러져 있는 여인의 조각상이었
다.
내게서 사라져 간 그의 존재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각상은 어느 샌가 내
손안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툭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
는 조각상을 바라보다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하나를 잡았다.

공명소리 ?? 왜 조각상에서 그러한 소리가 울리는 거지?„

조각상에서는 당연히 통!!하는 묵직한 소리가 났어야만 했다. 그러나 분명 조
각상은 떨어지면서 챙-그르르!라는 맑고 경쾌한 소리를 냈었다.

공명의 소리...공명의 소리...??? „

나는 재빨리 조각상을 주워 들어 살펴보았다. 그리고 몇 분 뒤, 조각상의 무게
가 남달리 가볍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저기 찾아 본 끝에 조각상의 속이 비
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조각상의 허리를 돌리면 뚜껑이 열리게끔 만들어 져 있
음도 더불어 알게 되었다.
나는 조각상에 그러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내가 더욱 놀랐던 것은 정교한 그의 조각 솜씨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조각상 속에 숨겨진 마지막 비밀인 그의 편지글.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To. 지수에게
지수야, 네가 이 글을 보게 될 때쯤이면 난 이미 네 곁을 떠나 있을 거야. 너에
게 하고 싶은 말이 참으로 많은데 막상 널 만나고 나면 아무 말도 못할 거 같
다. 너무 설레어서 좀체 가슴을 진정시킬 수가 없다. 정말 나 바보 같지? 오늘
은 잠도 오지 않는다. 내일 네가 올지 안 올지도 궁금하고 말이야. 이 조각상은
너와 편지 나눌 때부터 항상 널 생각하면서 만들었던 거다. 언젠가 우리들의 계
약기한이 끝나게 되는 날, 기념으로 너에게 주려고 시작했었어. 만들면서 항상
기도했다. 나의 진심이 너에게 전해지기를. 설령 그렇지 못한다 해도 너에게
꼭 전해 줄 수 있기를. 그렇게 조각을 하면서 내 진실한 마음을 함께 불어넣었
단다. 여인상은 바로 너를 모델로 만들어 졌어. 네 글을 통해 보여지던 너의 모
습과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만들었지. 어쩔 땐 그게 너인 양 혼자 말도 걸고 그
랬다. 후임병들은 그런 날 보고 지들끼리 수근대기도 하더군. 아마 내가 미쳤다
고 생각했을 거다.
아무튼 이제 조각상도 다 만들어 졌고 너에게 전해줄 일만 남았구나. 바로 내
일!! 신지수! 꼭 나올 거지? 만약 너에게 이 조각상을 전하지 못한다면 역시 불
에 태워서 없애버릴 생각이다. 너에게로 향했던 나의 마음과 기원을 함께 태워
버릴 거다. 그게 진정 네가 원하는 것이고 또 너를 위한 내 마지막 배려일 테니
까. 그래야 나도 내 마음을 정리해야 할 충분한 명분이 만들어지지. 하지만 너
의 손에 전해지게 된다면 이미 그건 내 손을 벗어난 것이니 조각상을 어떻게 처
리하든 너의 뜻에 맡겨두기로 한다.
참, 비가 오면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물었었지? 난 늘 네 생각을 했다. 널 알
기 전에는 그저 특별한 의미 없이 비를 보았었다. 그러니까 생각 같은 걸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널 알게 된 후부터는 비만 오면 늘 네 생
각만 나더라. 그렇게 비가 오면 무작정 네가 생각났다. 지금도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데 더욱 네 생각이 난다.
아, 그나저나 너를 기억 끝에 남겨두고 떠나려니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다.

신지수!! 사랑한다!! 나, 김지훈은 신지수를 사랑한다!!!
사랑하는 신지수!! 언제나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살아라!!

추신: 이 편지 마지막에 내 주소를 남길까 한다. 만약 시일이 지나서 나와의 추
억이 그리워지거나 누군가에게 편지 쓰고 싶어 질 때, 비 오는 날 몹시 우울해
질 때 그래서 누군가의 어깨와 가슴이 필요할 때ㅡ 내게 편지해라. 난 언제까지
라도 기다릴 수 있다. 나, 김지훈이는 항상 사랑하는 신지수를 기다리고 있다
는 것만 잊지 말고 언제든 네가 편할 때 찾아 주길 바란다.



그날 나는 복작이는 기차역 대합실에 앉아 여인의 조각상을 붙들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미 그를 싣고 떠나간 기찻길을 창문 틈으로 바라보며 그렇게 서러운 눈물만
을 흩뿌리고 있었다


...다음 <마지막편>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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