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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비 그리고 그 남자 5(완결)

     날짜 : 2004년 06월 08일 (화) 2:28:57 오후     조회 : 701      
홀로 남은 그녀는 이미 작은 점이 되어 멀리 사라져 가는 남자를 망연히 바라보
았다.
그녀 주위로 북적이던 사람들이 볼거리가 다 끝났다는 것을 알 곤 멈춰 섰던 각
자의 발걸음을 다시 옮기기 시작했다. 바람처럼 흩어져 가는 사람 들 사이로 그
녀가 양손을 땅에 짚고서 슬픈 미소를 지었다.


'신기루 아저씨, 외로운 사람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것을 가장 싫어
해요. 오늘의 나를 잊지 말아 주세요.'

그녀는 일어 설 생각도 않고 빗물인지 눈물인지 구별할 수 없는 줄을 그으며 하
염없이 남자가 사라져간 곳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 내내
빗속을 거닐며 생각했다. 우산을 쓰지 않고 비 오는 거리를 걷고 있는 그녀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친구가 그녀 곁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 그리고 그런 친
구가 신기루 같은 사람이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허상이라는 것이
드러나게 되더라도 허상을 쫓고 있는 동안에는 착각일지언정 기대를 품을 수
있고, 희망을 가질 수 있으니 믿고자 하는 신기루라도 보게 되길 바랬던 것이
다. 그렇게 신기루임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누가 뭐래도 이해 받고 있다는 기쁨
을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잠깐 동안 자신에게 관심을 표명했
던 남자에게 남모를 기대와 희망을 품었던 것이었다. 물론 그가 신기루 같은 사
람이라는 것을 느끼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신기루는 신기루일뿐 오아시스
가 될 순 없었다.
그녀는 가녀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심하게 두 어깨를 떨었다. 그녀 곁을
지나가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신기한 구경이라도 난 것처럼 바닥에 엎드려서
울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가리키고는 킬킬-거렸다. 그리고 또 다른 무리의 사
람들은 그녀가 알지 못하게 그녀의 뒤통수에 손가락을 올려 빙빙 돌리는 시늉
을 하며 역시나 킬킬- 거렸다.
그녀는 눈물을 훔치고는 처연히 일어섰다. 그리곤 지금까지 그랬듯 줄기차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투벅투벅 걸음을 내딛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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