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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비 그리고 그 남자 2

     날짜 : 2004년 02월 25일 (수) 2:11:47 오후     조회 : 842      


그녀는 이마 위에 올려놓은 오른 손을 힘없이 아래로 떨구었다. 훤히 드러난 그
녀의 고운 얼굴이 묘하게도 어두워 보였으며, 그녀의 어깨는 가늘게 떨리고 있
었다.

"아저씨, 왜 내게 무책임한 관심을 보이셨어요? 내가 신기해서 아저씨가 관심
을 표명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고 싶었나요? 아님 그저 단순한 호기심인가
요?"

후두둑- 투둑- 후두둑-두둑!!
갑자기 억수로 내리는 비가 그녀의 온 몸을 가차없이 때리고 있었다. 마치 그
녀의 모든 절망적인 기분을 흘려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빗줄기는 사정없이 그녀
의 온 몸을 훑어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무겁게 내리누르는 빗줄기는 그녀의 어
두운 표정과 절망적인 기분을 깨끗이 씻어내지는 못했다.
온통 빗물에 젖은 그녀의 몸처럼 촉촉한 그녀의 눈동자가 우산을 쓰고 있는 남
자의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마치 자신이 던진 물음의 의미를 제대로 이
해했냐는 듯한, 절절하고도 집요한 시선이었다.

"아저씨는 내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가던 길을 재촉하는 것이 나을 뻔했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관람자의 역할만 충실히 하면 좋았을걸...그러면 내 관심과 기
대를 받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하지만 이젠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버렸어요. 아
저씨가 관심을 표명한 동시에 우린 이렇게 연이 되어 엮어지게 되었으니 말이
에요."

어린아이의 천진함과 잔인함이 함께 배인 특이하고도 묘한 표정의 그녀가 여
전히 집요한 눈빛을 빛내며 남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남자는 그녀의 그러한
눈빛에 당황함을 금치 못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연신 우산의 손잡이를
쥐었다 놨다했다.

"후후- 아-하하하!"

그녀는 안절부절 허둥대는 남자의 모습을 보고는 크게 소리내어 웃었다. 한껏
고개를 뒤로 젖히고 웃는 그녀의 얼굴위로 빗방울이 요상한 소리를 지르며 빠
르게 내려앉고 있었다.

"하하하! 오-하하하하!!"

남자는 한동안 계속 웃기만 하는 그녀의 모습에 몸서리가 났다. 그로테스크한
웃음소리, 짙은 슬픔이 어린 얼굴, 천진함과 잔인함이 공존하는 집요한 눈빛.
비와 일체가 된 듯 한치의 틈도 없이 흐물흐물 어둠 속으로 녹아 내릴 것만 같
은 기묘한 분위기. 남자는 그녀가 두려웠다.
남자의 그런 생각을 간파하기라도 한 듯 그녀는 웃음을 멈추고, 태연스레 빗물
에 젖은 얼굴을 훔쳤다.

"걱정되나요? 나와 같은 여자와 인연이 엮어졌다고 하니까?"

정색을 하고 묻는 그녀의 질문에 남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남
자의 침묵에 허망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아저씨와 나의 인연은 그리 깊지가 않아서 오늘 이 순간이 지나
고 나면 곧 그 연이란 것이 다하고 말 테니까요. 하지만 아저씨는 지금 나와의
일을 한동안은 기억하게 될 거예요."

순간 남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하는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도
통 이해할 수 없다는 그런 표정. 그녀는 아직까지도 자신의 의도를 알려고 노력
하지 않으려는 남자의 모습에 탄식했다.

"정말 하나도 모르는 건가요? 아저씨의 그 대단한 친절로 인해 우린 각자가 가
야 할 삶의 한 일부를 공유하게 되었어요. 이건 인연이라고요! 인연!! "

말을 마친 그녀는 갑자기 몸을 심하게 떨었다. 오랜 시간 비를 맞고 있던 여파
로 뼛속까지 한기가 차 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때까지도 남자는 그녀가 몸을 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우산
을 씌워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부들부들 몸을 떠는 그녀의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볼 따름이었다.
잠시 후 그녀는 추위로 인해 상당수 파리해진 입술을 한번 꾹 깨물더니, <후다 <br/>닥-!> 남자의 우산 속으로 자신의 젖은 몸을 들이밀었다.

"도와 주세요."

미처 그녀의 돌발적인 행동을 예상치 못했던 남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곤 그녀
에게서 한발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남자가 한발 물러선 만큼 한발 성큼 다가
가 마주 섰다. 그리고 남자가 잡고 있던 우산의 손잡이에 차가운 손을 살며시
가져갔다.

"추워요."

<탁탁-> 턱을 맞부딪치며 애절하게 말하는 그녀를 가까이서 본 남자는, 생각
했던 것보다 더 젊고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게다가 그녀의 차가
운 손이 손잡이를 꼭 잡고 있는 남자의 손위에 살포시 겹쳐져 있어 남자는 몹
시 혼란스러웠다.
남자는 빗물에 옷이 젖어 성숙한 몸의 실루엣이 그대로 옷 밖으로 드러나 있
는 그녀의 모습에 묘한 감정이 일었다.

"난 너무 오랫동안 혼자 이 빗속에 있었거든요. 도와주세요"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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