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추(反芻) * / 안재동
그대의 찻잔, 향기 그윽한 차가
반밖에 안 남았는가요 반이나 남았는가요
그대 앞, 산더미처럼 쌓인 일 처리에
주어진 시간이
반밖에 안 남았는가요 반이나 남았는가요
그대 인생, 남은 날들이
반밖에 안 남았는가요 반이나 남았는가요
그대 사랑, 그대로부터
반쯤이나 돌아섰는가요 아직 반쯤은 그대를
바라보는가요
반이란 늘 우리에게 주어지는 일상 같은 것
반이란 늘 우리에게 남는 절망 혹은
희망 같은 것
그대여, 그대에게서 사라진 혹은 남아 있는
그 반이란, 양인가요 질인가요?
저어기, 풀밭에서 평화로이 풀을 뜯는
누런 어미소 한 마리,
소는 황급히 풀을 뜯는 일이 없답니다
입으로 한번 삼킨 풀이라 해서
완전히 없어진 걸로 생각지도 않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