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펠탑 연가 * / 안재동
어느 날 파리의 에펠탑에 올라
파리 시내를 휘둘러 내려다보았네
센강은 말없이 유유히 흐르기만 한데
내 시야로부터 그 풍경이 완전히 벗어나기 전까진
내 눈길은 몽땅, 그저 말없이
센강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고 말았네
내 두 발 딛고 선 에펠탑의 위용과 신기도
한순간 까맣게 잊은 채
조물주가 천지를 창조하였다면
인간은 지상의 온 집과 건축물을 창조하였으니
그런,
인간이 조물주에 느끼는 신비와도 같이
인간에게서도 마찬가지로 느낄 수 있는
신비가 아닐 수 없으니
나 한순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조심스럽게 에펠탑에 올라
센강의 매혹과 파리 시내 풍경의 웅장함과
조화로움에 경탄을 하였듯
우주인 암스트롱은 달에 올라 혹은
우주선의 한 부위에 서서
지구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한 번쯤은
탄성을 내질렀으리라
나 에펠탑 올랐을 때에야
센강과 파리 시내 풍경의 아름다움에
진정으로 취하였던 것처럼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의 그대,
날 세상 굽어 내려다볼 수 있게 하였네
그대로 인하여 나, 날마다 온 우주를
유영하고 있나니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에펠보다도 위대한 나의 당신이여
인간이 창조한 신천지, 파리의 신비로움보다도
그대는 더 큰 모습으로 내게 있네
언제나 그 무엇에나 주저하던 나를
에펠탑 위에 세우고
그대를 느끼고 서 있게 만들었네
나 어쩌면 그대에게 바람이나 구름 같은
하찮은 존재일지나
그대는 진정 나에겐, 때론 에펠탑이요
때론 센강이며 또 때론 에펠탑 위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파리 시내의 모습인 것을
저 무한 광대한 우주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