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묵 * / 안재동
그대로부터의 침묵이다
사방에 기척이 없다
방안의 공간을 흐르는 건
벽시계의 초침소리뿐
기다린다는 건
어쩌면 그 누구에게도
동정받을 수 없는 것
시간이 흐를수록 고요가
깊어지고, 깊어지니
무거워진다
어깨며 머리며 온몸을
짓눌러 댄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평상시엔 귓가에
전혀 들리지도 않던
벽시계의 초침소리가 점점
커지다가, 우-르-르
뇌성처럼 한 차례 고요를
뒤흔든다
상처 난 신체의 부위가 곪아
저절로 터지는 것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온몸을 짓눌러대는
고요 하나,
그대 내게로 당도하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