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알과 껍데기 * / 안재동
어느 특산 농산품 코너에서
은행알이 눈에 들어 한 봉지를 샀다.
은행알은 천하장사라도
손가락으론 쉬 뽀개버릴 수 없는
단단한 껍데기에 싸여 있다
그렇거나 말거나, 사람들은
온갖 도구를 동원하여
사정없이 뽀개거나
뜨거운 물이나 전자레인지에 넣어
결국 은행껍데기의 항복을
받아내고야 만다
그런 은행껍데기야말로 사람들에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이다
은행은 나무에서 떨어진 지
아무리 오래되어도 까보면
알맹인 여전히 싱싱하다
사람들에겐 아주 군침 도는
요깃거리일 수밖에 없는
그러나 제 껍데기를 한순간에 잃고
매끄럽고 말랑말랑한 속살만
완전히 노출한 채 어쩔 줄 모르는
저 은행알들, 몹시 춥고 수줍은 듯
온몸이 풀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