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가 지나가는 철길 이쪽에 앉아
기차가 지나가고 기적 소리까지 다 들을 건너간 뒤에도
오랫동안 붉게 물들어 있는 저녁 하늘 바라보았지요
서로 몸을 기대고 앉아 바람 속에 머리칼을 날리다
잡고 있던 손을 식어가는 볼에 가만히 대어보다
누가 먼저인지 모르게 입술이 스치는
당신과의 아름다운 입맞춤을 생각했습니다
열차의 불빛 속에 실려 새벽까지 함께 가는
당신과의 따뜻한 연애를 꿈꾸었습니다
당신이 없는 빈자리에 저녁 바람이 불고
머물 곳 찾지 못한 새들이 하늘 건너 날아가고
당신과 함께 가는 길 허락하지 않을 이 세상을
어둠이 짙어오는 이 세상의 하늘을 바라보다
혼자 돌아왔어요 자리가 많이 비어 있는
저녁 열차들이 몇 번 더 지나가고
덜컹거리며 달려가는 시간의 쇠바퀴 소리
뒤로한 채 쓸쓸히 돌아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