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낯익은 솔밭 사이사이에
들국화 가즈런―히 피어 있으나
하늘 한구석은 그냥 비어 있고나.
백만장안에 누가 살기에
오늘도
하나의 아름다운 노래도 없이
해가 지느냐.
저물어 가는 나의 호수
호수 속 자욱―한 안개 속에서
등불이 하나 둘 깜박거린다.
우리 집 조그만 들창에도 불이 켜지고
저녁밥상에 어린것들이 지껄이리라.
내 그곳에 또 어두운 밤을 맞이하고
날이 밝으면
퇴색한 옷을 입고 거리로 가리라만
人馬와 먼지와 슬픔에 덮인
도시를 뚫고
나의 남은 반생의 길은 어디로 뻗쳐 있기에
낮과 밤이 들려주는 노래는
다만 한 줄기 오열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