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원의 새 * / 안재동
새여, 네 가진 것은
오로지 하나의 부리와 두 다리
그리고 두 날개뿐
때문에, 바지런히 쪼고 걷고 날아야만
하루하루를 연명할 수 있는
고달픈 새여
너를 볼 때마다
그 귀한 부리가 닳거나 깨지거나
때론 날개 한 쪽 아니면
다리 하나라도 부러질까
안쓰러움이 앞서구나
생각하면 할수록,
불쌍한 새여
하지만 새여, 아느냐
활짝 펼친 날개로
유유자적 창공을 날아가는
너의 날갯짓, 몸의 선율이
내겐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는지
너의 그 춤사위는
언제나 내 마음보다 풍요롭고
내 꿈보다 높은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뭇사람들의
부러움이기도 할지니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을지니
가벼운 새여
그러나 새여, 비둘기여
사람들이 던져주거나 흘려놓은
풍성한 먹거리에 배부른
너의 그 피둥피둥한 몸과
뒤뚱거리는 몸짓에
예전의 그 높게 비상하던
원초적 날갯짓의 아름다움과 함께
고고한 영혼마저
이젠 점차 아득아득 묻혀 가는
공원의 새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