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소묘 * / 안재동
영양실조 환자처럼 창백한 사념들
늑실늑실 돌아가는
어느 식당 천장의 선풍기 바람에 밀려
적막한 공간을 산만히 떠돈다
흙먼지로 반대편이 안 보이는 창문
갑작스레 후두둑!
창문의 얼룩도 마음 한켠의 갑갑함도
힘차게 지워내는 굵은 빗줄기
키 큰 버드나무에 붙은 매미의 울음
잔디 성성한 정원에 외로이 선
배롱나무의 화사한 꽃으로
소나기처럼 뿌려진다
온 천지에서 실룩거리는 여름 입술
앞가슴이며 등줄기며 귓바퀴로
눅눅하게 전해오는 가쁜 숨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