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죽나무꽃 * / 안재동
봄이 한창 무르익어 갈 즈음
때죽나무에 활짝 핀 무수한 하이얀 꽃들이
그 순백의 꽃들이 하나같이
땅바닥만 바라보며 웃고 있다
따사로운 햇살을 한 점이라도 더 받으려는 양
어쩌면 세상에서 제멋만이 최고인 양
그도 아니면
푸른 하늘에 앞다투어 얼싸 안기려는 양
가지가지 색깔과 양태로 요란하게 분단장한
세상의 여느 꽃들과는 딴판이다
때죽나무꽃에 그 연유를 물었더니
단 한 순간도 땅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려
애쓰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가로등에 물어보라고만 한다
때죽나무꽃의 주문을 헤아리려
땅거미가 온 거리를 삼킨 뒤의 저녁 무렵
가로등에 바짝 다가섰으나
고개를 쳐들고 바라만 보고 섰다가 조용히
돌아서고 말았다
그렇게, 사람은 가로등을 만들지만
고장 나기 전까진 그 존재를 까맣게
잊고 산다
어쩌면 때죽나무꽃과 가로등의 심정으로
지금 나를 바라보는 존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가끔
땅을 바라보며 걷는 것이 즐거울 때 있다
세상 모든 꽃들이 하늘만 바라보는데
때죽나무꽃이 아니라면
어느 꽃이 맨땅에 눈길 한번 줄 것인가
제 얼굴의 아름다움도
땅에 의지하고 있는 제 뿌리 때문임을
꽃들은 알기나 할까?
땅은 때죽나무꽃더러 이른다
세상 그 어느 꽃보다 수더분한 이름이여
그 어느 꽃도 비할 수 없는 참빛의 얼굴이여
갈수기의 단비처럼 고마운 존재여
순박의 사랑이여
봄이 한창 무르익어 갈 즈음
때죽나무에 활짝 핀 무수한 하이얀 꽃들이
그 순백의 꽃들이 하나같이
땅바닥만 바라보며 웃고 있다
따사로운 햇살을 한 점이라도 더 받으려는 양
어쩌면 세상에서 제멋만이 최고인 양
그도 아니면
푸른 하늘에 앞다투어 얼싸 안기려는 양
가지가지 색깔과 양태로 요란하게 분단장한
세상의 여느 꽃들과는 딴판이다
때죽나무꽃에 그 연유를 물었더니
단 한 순간도 땅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려
애쓰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가로등에 물어보라고만 한다
때죽나무꽃의 주문을 헤아리려
땅거미가 온 거리를 삼킨 뒤의 저녁 무렵
가로등에 바짝 다가섰으나
고개를 쳐들고 바라만 보고 섰다가 조용히
돌아서고 말았다
그렇게, 사람은 가로등을 만들지만
고장 나기 전까진 그 존재를 까맣게
잊고 산다
어쩌면 때죽나무꽃과 가로등의 심정으로
지금 나를 바라보는 존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가끔
땅을 바라보며 걷는 것이 즐거울 때 있다
세상 모든 꽃들이 하늘만 바라보는데
때죽나무꽃이 아니라면
어느 꽃이 맨땅에 눈길 한번 줄 것인가
제 얼굴의 아름다움도
땅에 의지하고 있는 제 뿌리 때문임을
꽃들은 알기나 할까?
땅은 때죽나무꽃더러 이른다
세상 그 어느 꽃보다 수더분한 이름이여
그 어느 꽃도 비할 수 없는 참빛의 얼굴이여
갈수기의 단비처럼 고마운 존재여
순박의 사랑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