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길을 걷다 보면 때로는 간직하고 싶은 추억과 돌아보고싶지 않은 과거가 보입니다. 그 많은 인연 중에 어느 것도 나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이 길은 부질없는 방황이 아니겠지요. 봄 바람에 젖다보면 같이 걷던 발자국 소리에도 감사해야 할 지난 일과 이제는 없어도 좋을 노래가 들립니다. 하지만 뜨겁게 걸어온 길인데도 문득 멈춰야할 때를 안다면 지난 일은 헛된 세월이 아니지요. 살아 있는 것만으로 그들이 사라짐의 의미를 안다면 이 봄날 짧은 침묵 속에 인생의 낭비는 이제 없을 것입니다. 이남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