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탄 * / 안재동
새까만 연탄은 어쩐지
힘차게 활활 거리면서 쇳덩이마저
금세 녹여버릴 것 같은 믿음을 주는
지금 그대로의 모습보다는
하얗게, 아주 완전히 타버린 모습이
가장 보기 좋다.
그래서 퍼석퍼석하니 잘디잘게
잘 부서져, 쉽게 가루로 변할 때
"그놈 참 괜찮은 연탄이었어."라고
말해주고 싶은 때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타다가 말고
시름시름 꺼져버렸거나
끝까지 타긴 탄 것 같은데
좀 희끄무레한 모습으로
아궁이를 빠져나오는 연탄은
왠지 꼴 보기 싫거나
기분이 끌끌하지 않은 적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