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 / 안재동
사회의 엘리트 그룹에 진입하는 지름길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다.
수천 편의 응모작품들 중 단 한 사람의
작품만이 행운의 여신에 의해 선택되는
일간지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일도
참 어려운 일이다.
해외유학 길에 올라 상처받지 않고
버젓하게 박사학위를 따오는 일도
돈이 있어야 하고 실력도 있어야 하는,
참 어려운 일이고
수십 내지 수백, 아니 수천 명이나 되는
종업원의 밥줄이 걸린, 크고 작은
사업체 하나 망하지 않게 운영하는 일도
참 어려운 일이다.
먹고 살기 위해 무더위나 강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일 년 내내 막노동판에서
등짐을 져다 나르는 일도
참 어려운 일이고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 없어
세월아 네월아 하고 빈둥거리는 일도
참 어려운 일이다.
긴 겨울, 고통을 무던히 참고 지내다
이제 바야흐로 세상 모든 나무들이
다시 푸른 싹을 틔우며
개선장군처럼 당당한 자태를 갖추는데
세상 모든 꽃들이
오래전 잃어버린 얼굴을 찾기나 한 듯
감동처럼 느껴지는 새 얼굴과
짙은 향기를 세상에 들이미는데
긴 시간, 내 속의 살았으되 죽은 영혼,
저 나무와 꽃들처럼 참 어려웠던 듯
쉬운 듯
이제 소생했으면 하는,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