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할 곳 아득하고
창백한 어둠 내린다
지나온 길 돌아보니
청솔 위 흰눈 녹다
헤어진
너의 모습도
흰눈처럼 녹고 있다
바람 소리 두 귀 막아도
마음은 혼자서 쓸쓸하다
길은 외길인데
두마음이 길을 걷는다
솔가지
그 난간에서
녹던 눈이
떨어진다
내 곁에 너 보이지 않고
가슴 깊이 연꽃 봉오리
말로써 그 모습
다 말할 수 없어
하늘도 변방이 있다면
그곳 가서 떠돌고 싶다
김영재 시집
'화엄동백''
1999 책만드는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