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하지 않으면 안 될 말은
스스로에게 하지 않으면 안 될 말은
과거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엄연히 존재하는 과거와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어야 한다.
속죄의 산양.
죽음이 나의 대신은 아닐 것.
과거를 떨치지 못하면 나를 이 세상에서 말살시켜 버릴 것이다.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와 닿는 것을 느낀다.
그것은 마치 유리창이 녹아 내려서
밤바람이 불어 닥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어서 목이 메이는 듯한 느낌이 들며
일순 숨을 들이마실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감각은 이내 사라졌고 호흡도 편하게 되었으나
이번에는 불안감이 밀려들었다.
자주 이와 똑같은 경험을 한다.
나중에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상처
상처 때문이었다.
치유될 수 영원히 치유될 수 없는 상처.
상처는 이후의 짧은 인생에서도
가장 곤란하고 안타까운 시간이 될 것이다.
악몽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나는 혼자 이겨내지 않으면 안 될 처지다.
너무나도 사람들을 사랑하고 있기에
이 악몽을 함께 극복하자고 부탁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자신과 사랑하는 모든 흔적을 없앤 다음 종적을 감추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일은 간단하다.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다음
그대로 사라져 버리면 된다.
메시지 하나 남겨둔 뒤.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을 찾았다"
또다시 고통이 찾아왔으나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고통과 허탈감과 끝없는 허공
그리고 그 허공을 가득 채우며 내려오는 죽음.
아아, 아프다.
허지만 대체 뭐가 아픈 것인가?
장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