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 껍데기 * / 안재동
떠날 때, 그 기쁨 주체 못하듯
제 몸 닿아야 할 곳으로
너울너울 춤추며 가는
벚꽃 이파리.
애써 분단장하지 않았어도
떠날 때, 일생 중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단풍 이파리.
수십만 톤급의 선박조차
거칠게 삼켜버리지만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바다의 껍데기, 파도.
세상 연인들이 알게 모르게
제 스스로 만드는,
사랑의 껍데기, 미련.
떠나야 할 때 깨뜨리지 못해
질식사당할 수 있는.
바로 저 자신이 알맹이요
껍데기인, 벚꽃과 단풍 이파리.
그들의 내면에서도 타올랐던
들불 같은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