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이 막혀서
메아리 소리조차 울리지 않는
공허의 공허 속으로 사라지는
야생백마의 울부짖음
비밀이란 단어를 부여해 주고
황혼 지는 들녘에 서서 바라보는 사랑보다
노을처럼 티 없음으로
달무리 지면 들려오는 풀벌레의 장단에 맞춰
그대 가슴속에 큐피드의 화살이 되어
깊숙이 박히길 바라기에
형체도 없고 들을 수도 없고
색체조차 없는 내 사랑은
그늘 속에 숨어 움츠리고 맙니다
봄비 내리는 긴 밤거리를 지나
여름 장마 빗줄기는
상큼한 새벽이슬을 머금고
앞마당 정원 위에 뿌려집니다
창가의 곡선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줄기가
더 거세게 천둥과 번개를 몰로
그대 그림자에 가려진
내 영혼을 입맞춤합니다
초원 위에 별빛이 내리고
달빛 사이로 흐르는 강물 빛깔이
우수에 잠긴 여심을 미로 속으로 안겨주면
초혼이 물드는 밤의 적막을 재촉하듯
사랑을 잃은 야생백마의 울부짖음은
짝 잃은 외기러기처럼 더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