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막 /조 병 화
사막은 항상 추억을 잊으려는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
는 곳이라고 하더라
사막엔 지금도 <마리네·디트리히>가 신발을 벗은
채 절망의 남자를 쫓아가고 있다고 하더라
사막에 피는 꽃은 이루지 못한 사랑들이 줄줄 피를
흘리며 새빨갛게 피어 있다고 하더라
사막의 별에는 항상 사랑의 눈물처럼 맑은 물이 고
여 있다고 하더라
시인이라는 나는 지금 서울 명동에서 술을 술술 마
시고 있는데 항상 이런 인간 사막에 살고 있는 것만 같
아라
사막이여 물은 없어도 항상 나에게 밤과 별과 벗을
사막은 항상 네 마음 가까이 사랑이 떨어질 때 생긴
다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