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떠먹은 자리>
- 시 : 돌샘/이길옥 -
통 큰 놈들이 쥔 수저의 크기에 입이 쫙 벌어진
졸장부의 간이
좁쌀 뒤에서 두려움의 위협으로 쪽팔리고 있다.
수저의 용량에 기가 죽은 간이다.
왕창 떠서
양에 철철 넘쳐야 기분이 풀리는
허리띠 구멍으로 들락거리던 욕심이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 트림을 한다.
트림에서 구린내 진동한다.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진리 같은 경전에 중독된
두둑한 배짱이
눈먼 먹잇감 앞에서 침을 흘리고 있다.
지천으로 널려있는 먹거리에 도가 튼
간 큰 놈들의 먹성에 감히 누가 대적을 하겠는가?
큰 수저로 듬뿍 떠낸 자리가 금방 아문다.
좀팽이의 간이 그냥 눈을 감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