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 강화도령 이원범 로또 일등에 당첨되다
강화도령 이원범은 조선 25대 임금 철종이셨다. 1849년 24대 헌종이 후사 없이 죽자 강화도에서 별안간 명을 받은 원범은 봉영 의식을 행한 뒤 덕완군에 봉해지고 창덕궁 희정단에서 관례를 행한 뒤 인정문에서 즉위하였다. 일자무식19살 강화도 초동이 자신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그리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졸지에 왕이 된 것이었다. 철종의 직계가족 대부분은 역모사건에 연루되어 사사되었으니 철종의 즉위는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고. 또한 왕가의 법도와 항렬마저 무시한 세도정치의 완결편이라 할 수 있다. 23대 순조의 비인 순원왕후와 안동 김씨 일족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풍양 조씨 일족 등 다른 정치세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선왕의 7촌 아저씨뻘이긴 하지만 원범이 가장 적당하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권력다툼에 의해 직계가족 대부분을 잃고 천애 고아가 된 것이 이제는 훌륭한 왕재의 조건이 된다니 이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라 아니 할 수 없다. 어쨌거나 원범 개인으로서는 자신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졸지에 로또 일등에 당첨 된 것이었다. 그것도 계산이 도저히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금액의. 그리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2장 - 많은 돈을 가지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철종 대는 순조 때부터 시작하여 당대에 절정을 이룬 세도정치. 그로 인한 관기의 문란과 탐관오리의 횡포. 또 그로 인한 이른바 삼정의 문란으로 요약된다. 거기에다 홍수, 지진, 역질 등이 창궐하여 민생이 도탄에 빠지고 전국적으로 임술민란으로 통칭되는 농민 반란이 일어나 나라 전체 질서가 흔들리고 있었다. 집권 초기 철종은 나름대로 빈민 구제책이나 이재민 구휼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군왕으로서 철종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었던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우선 세도정치의 뿌리를 뽑아야 하는데 안동 김씨의 세도 정권이 절정에 달해 있어 그들에 도전할 만한 다른 정치 세력의 성장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세상에 대해 아는 건 별로 없는데 졸지에 로또 일등에 당첨되어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처럼. 철종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었던 일은 정말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었다. 세도정권의 바람대로 술과 여색을 가까이 하고 국사를 차라리 등한시 하는 것 외에는. 그리고 절대 친숙해질 수 없었던 왕가의 예절과 법도 그리고 만날 듣는 “아니 되옵니다.”는 아마도 철종의 온 몸과 마음을 짓눌렀으리라. 강화도 벌판을 뛰어다녔던 그 튼튼한 몸이 말년에는 급속도로 쇠약해져 있었다고 한다. 침실에서 궁녀의 옷고름 하나 제대로 풀 수 없었을 정도로. 마침내 1863년 재위 14년 만에 병사하고 말았으니 그때 그의 나이 33세 이었다.
3장 - 타고난 운명이었을까?
원범은 정치적으로 무능할 수밖에 없었지만 또한 한 인간으로서도 불행한 가족사를 타고 났다. 원범은 사도세자의 증손자이자 정조의 아우 은언군의 손자이다. 사도세자와 숙빈 임씨 사이에서 태어난 은언군 인이 있었고, 은언군의 3남 전계대원군 광이 있었으며, 이 전계대원군의 3남이 원범이다. 그야말로 잘 나갔어야 하는 왕족이었다. 하지만 그의 가족사는 음모와 역모 그리고 의지와는 상관없는 연루에 의한 비운의 연속이었다. 할아버지 은언군은 천주교 신자로 몰려 사사되었고. 큰아버지 상계군 담은 모반죄로 몰려 강화도에 유배되었다가 자살하였으며. 헌종 10년 ‘민진용의 옥’ 사건 때는 가족 모두가 사사되고 둘째 형 경응과 원범만이 살아남아 강화도에 유배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철종의 자식들마저도 유난히 단명했다. 철인왕후 김씨가 아들 하나를 두었으나 일찍 죽었고. 그 외에 후궁과 궁인에게서 아들 넷을 얻었으나 어찌된 셈인지 모두 일찍 죽었다. 그의 유일한 혈육으로는 숙의 범 씨에게서 난 영혜옹주가 한 명 있었을 뿐인데 그 또한 박영효와 혼인한 지 3개월 만에 죽고 말았다. 이원범. 그가 로또 일등에 당첨된 것은 불행했던 그의 가족사에 대한 보상이었을까? 어쨌거나 모두 다 왕족으로 태어난 그의 타고난 운명이 아니었을까?
4장 - 에필로그
강화도령 원범이 로또에 당첨되지 않고 그냥 강화도에서 계속 살았더라면? 불행했던 가족사야 어찌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꽃순이라고 불렀던 양순이와 사랑도 이루었을 것이고. 자기 命대로 그리고 자신의 의지대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렸을 것이다. 솔직히 고백하면 Joseph이 2년여 정도 공부하는 동안 매주 로또를 한 게임씩 샀었는데요. 공부 할 때는 뭐랄까 마음이 불안했다고 할까 합격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은 부족했다고나 할까. 어쨌거나 만약 Joseph이 로또 일등에 당첨되었더라면? 공부는 그만 뒀을 테니 여러분들과의 가슴 떨리는 짜릿한 인연은 없었겠죠. 어쨌거나 지금 생각은 혼자서 BMW 몰고 다니느니. 뒷자리까지 꽉꽉 채워서 쎄라토 몰고 다니렵니다. 그리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자이아파트에 사느니 항상 손님으로 붐비는 관사에서 살랍니다. 그게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강화도령님처럼 로또 일등에 당첨되는 그런 불행(?)이 여러분 인생을 덮치는 일은 없기를 그리고 여러분의 강인한 의지대로 각자의 준비된 인생을 꾸려나가길 바랍니다.
2006. 1. 18.
이 인 우.
참고 문헌: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웅진 지식하우스
이야기 조선왕조사, 청아
이영철 한국사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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