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냉정과 열정 사이」의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소설. 아파트인데도 불구하고 어떤 연유에서인지 호텔 선인장이라고 이름 붙여진 오래된 건물을 무대로, 오이, 모자, 숫자 2라는 세 주인공이 우정을 키워 나가는 이야기이다. 서로 취미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고 근본적인 사고방식도 다른 세 명이지만, 서로를 알아간다는 특별함과 소중함을 제 나름의 방식으로 일깨워 간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자신의 일부분을 투영하고 있음을, 그리고 자신 또한 상대방의 일부분으로 대신 채워나감을 깨닫게 된다. 책 사이사이에 끼워져 있는 환상적인 분위기의 유화는 호텔 선인장의 구석구석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든다. 어떤 시인의 말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면 이 책은 그 섬으로 가는 여정을 그렸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지은이 소개
에쿠니 가오리 -1964년 동경에서 태어나 미국 델라웨어 대학을 졸업하고 1989년 「409 래드클리프」로 페미나 상을 수상. 동화적 작품에서 연애 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나가면서 언제나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작품으로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에쿠니 가오리는 '여자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작가로 불리고 있다.
사사키 아츠코 -1963년 미야자키현 출생으로 도쿄 여자 미술 단기대학을 졸업했다.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파리 국립 고등미술학교 보자르를 졸업한 뒤, 파리에 거점을 두고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파리 대장성 빅토르 쇼케상 수석, 아비뇽 예술전 은메달, 르 살롱에서 은메달을 수상했다.
책표지 글
어느 시가의 동쪽 변두리에 오래된 아파트가 있었습니다. 낡고 허름한 회색의 석조 건물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안으로 둘어서니 제법 선선하여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호텔 선인장', 이것이 이 아파트의 이름이었습니다. 호텔이 아니라 아파트인데도 그런 이름이었습니다. 호텔 선인장에는 아주 작은 마당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배를 깔고 누워 있었습니다. 이 아파트의 현관을 들어서면, 실내라고도 실외라고도 말하기 어려운 공간이 있습니다. 우측 벽에 우편함이 늘어서 있고, 왼쪽 구석에 철제 접이식 도어가 달린 엘리베이터가 있고, 그 앞으로 좁은 통로가 나 있으며 막다른 곳이 마당이었습니다. 그 중 3층 한구석에 '모자'. 2층 한구석에 '오이' 그리고 1층의 한구석에 숫자 '2'가 살고 있었습니다. 세 사람은 죽이 잘 맞는 친구들이었습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