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歌 (비가)
사람들은 모다 저마다의
슬픈 비밀을 가슴에 묻고 산다.
나뭇잎 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람의 발굼치에
가슴 속 눈물을 실어 보내며.
어디가서 말을 하리
누구에게 이해해주길 바라리.
하얀 꽃이 소낙비처럼 내리던 오후의 산책길
발길에 채이며
이리저리 뒹굴다
다시 가슴 속으로 들어와
하늘을 바라보게 하는 비밀을.
사람은 슬픔에 힘을 내어 하루를 산다.
내 몸이 너무 작아
팽창하다 팽창하다
무거운 쇳소리 내며
흩어져 나오는 비밀들로.
그 무거운 힘에
메마른 손으로 세수를 한다.
어느 날을 탓하리오.
난 네가 내게 들어와
이미 내가 되어버린 그때를 찾을 수 없으리.
아마도
나눠나눠 들이 맡는
꽃향기가 없었더라면
나는 그대로 돌이 되어
어느 들판엔가 붙박혀버렸으리.
2000. 4. 6. 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