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에서
잠자리에 들기 전
베란다 창문을 닫다가
월훈에 싸인 반달이랑
구름 사이 별을 보는 헤아려보는 호강.
절대로 안 보여줄 것처럼
주먹을 꼭 쥔 꽃봉오리들에게
“내일 아침엔 보여 줄거지?”
주전자에 하나 가득 물 흠뻑 준다.
바깥의 메르스 내 몸의 허리 디스크
간이역 벤치만한 이 꽃밭의 위무
누군가에게 얻기도 하고
꺽어서 새로 살림을 내주기도 한
회분들 장독대같이 다정한
내 마음의 뒤란,
어린왕자와 장미꽃처럼
이미 져버린 꽃,
지금 피고 있는 꽃,
언젠가 피울 꽃들과 나는 서로 길들여지고 있다.
꽃들은
그리운 사람을 내 마음에 데려다주고
후회로운 눈물을 닦아주고
까맣게 잊었던 달콤한 기억도 잘 뒤져내오죠.
꽃을 피워낼 때마다
이름도 모르는 꽃들에게
훌륭했다고 다독여주는 나의 넓은 손바닥.
모꼬지가 거리낄 때 놀러오세요.
나 그대에게
사람보다 훨씬 어질고 깊은 꽃
듬뿍 나누어드릴게요.
가장 진실한 생명의 처음임을 아는 날
우리도 한 송이 꽃이 될 수 있겠죠?
월훈; 달무리. 뒤란; 집 뒤 울타리의 안. 모꼬지;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