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의 고백 / 정연복
사랑을 하면서
온몸으로 뜨겁게 사랑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자연을
진심으로 알뜰히 사랑하면서
이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시(詩)로 써야 제격일 텐데.
나는 시를 쓰는 동안에만
사랑을 생각하다가
가슴보다는 머리로
어설피 사랑을 생각하다가
그럭저럭 시를 다 쓰고 나면
사랑에서 멀리 있다.
대지의 뿌리를 떠난 꽃이
죽을 운명의 꽃이듯
대지의 사랑을 떠난 시는
참 생명이 없는 줄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