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산 유리호프 / 정연복 산은 얕아도 기품 있는 명산이요 사방 어디에 눈길 주어도 확 트인 야경이 더없이 좋은 아차산 등산을 하고 해맞이공원 지나 기원정사 쪽으로 내려온다면 가빴던 숨 고르며 길다란 주택가 내리막길 끝까지 걸어와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 다음 벗들과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우며 120미터쯤 걸어 꼭 한번 들려보자 유리호프. 대한민국 어느 술집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어른의 손 한 뼘만큼 길이에 도톰하고 노릇노릇 보드라우면서도 달랑 천 원밖에 안 받는 그야말로 왕노가리 한 마리면 시원한 생맥주 두세 잔은 거뜬히 먹고도 남는 곳. 7080년대 그립고 애틋한 추억의 옛 노래는 잔잔히 흘러나와 귀를 즐겁게 해주는 또 하나의 기막힌 공짜 안주가 되지. 테이블 예닐곱 개 놓인 꼭 시골집 사랑방 같은 분위기에 늘 다소곳한 모습이지만 땅콩이며 야채며 슬며시 가져다놓는 한 송이 들꽃같이 착해만 보이고 마음 씀씀이 깊은 여주인 있어 생활에 지쳤던 몸과 가슴이 어느새 따스한 위로를 받는 곳. 기분 좋게 한잔 마시고 거리로 나올 때면 어느 틈에 내 마음 한 장 유리창같이 밝고 깨끗해져 있는 참 맛있고 행복한 술의 집 유리호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