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는 바람에 흙에 덮어두었던
기억이 빼꼼 고개를 내민다.
썩은 열매인가 싶다가
귀한 보물인 듯도 하고
바위의 귀퉁이나 나무의 뿌리 같기도 했다.
보물인가 하여 당장에
그 흙아래를 파보려다가
썩어 없어질 열매는 아니었을까
계속 묻어두어야 할 나무의 살갗이 아닐까
해서,
귀퉁이만 고개를 내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