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어느 벽돌집에 한 소녀가 살았어요. 소녀의 집은 으리으리하고 넓은 정원이 있는 저택이었어요. 또, 소녀의 부모님은 유명한 사업가였어요. 집이 워낙 부자라서 갖고 싶은 건 얼마든지 가질 수 있었어요. 그래서 소녀의 방에는 여느 다른 아이들이 갖고 싶어도 가지지 못하는 물건들은 다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나 소녀는 부모님이 바쁘셔서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어요. 같이 놀아줄 사람이 없던 소녀는 학교를 다니기로 했어요. 사실 소녀는 나이는 9살이었지만 부모님이 보내주지 않아서 다니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늦게나마 학교를 다니게 된 소녀는 학교에서 친구도 많이 만나게 될 거라는 기대감에 마음이 들떴어요.
다음날 소녀는 학교에 첫날 등교해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났어요. 소녀는 쑥스러워 인사도 목소리를 작게 내어 인사를 했어요. 그리고는 빈자리에 가서 앉았어요. 소녀는 금방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어요. 친구들은 한꺼번에 두 세 가지씩 질문을 해대서 소녀는 질문을 다 답해주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한 남학생이 소녀의 옷가지를 만져보더니 이렇게 외치는 것이었어요.
"야! 얘네 집 엄청 부자인가 봐. 옷이 완전히 비단결이야!"
"그래? 나도 어디 한 번 만져보자"
"나도"
"나도..."
"이야! 정말인데? 야, 이 옷 얼마나 주고 샀어? 나 좀 빌려줄래"
"왜이래? 이러지 마".
소녀는 비싼 옷에 시선을 두는 친구들이 부담스럽고 싫었어요. 마음으로 다가서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소녀의 비싼 옷과 비싼 물건에 관심을 보이는 친구들 때문에 소녀는 눈물이 났어요.
"얼레? 얘들아, 얘 운다."
"정말이네?"
"울보인가 봐! 얼레리 꼴레리 울보래요"
소녀는 친구들이 놀리자 더욱 더 눈물이 나서 엉엉 울어버렸어요. 그렇게 울고 있는데 한 여자애가 다가와서 친구들에게 말했어요.
"그만해. 얘가 싫어하잖아"
"무슨 상관이야?"
"그만들 해둬. 유치하게 뭐하는 거야?"
그제야 소녀를 놀리던 친구들이 물러나 각자 제 자리로 돌아갔어요. 여자애는 소녀의 눈물을 닦아주곤 말했어요.
"난 민이야. 잘 부탁해."
"나도. 잘 부탁해"
소녀는 눈에 고인 눈물을 닦으며 살짝 웃었어요. 그리고 그 날부터 소녀는 민이랑 단짝 친구가 되어 어디를 가든 무얼 하든 민이와 함께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수업시간에 필기를 하고 있는데 소녀의 가슴에 갑자기 통증이 왔어요. 놀란 소녀는 통증을 견뎌내며 내색 않고 계속 필기를 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고 점심시간이 되었어요. 민이는 소녀에게 와서 점심 먹으러 가자고 했어요. 가슴의 통증을 참으며 일어서려는데 정신이 아찔하더니 소녀는 그만 쓰러져 버렸어요.
순간, 친구들이 놀라서 소녀의 주위로 몰려들었어요. 민이는 갑자기 쓰러진 소녀를 보고 얼른 부추겨 업고 양호실로 데려 갔어요. 그리곤 침대에 눕히곤 양호 선생님을 모셔왔어요.
양호선생님은 진찰을 해보더니 빨리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하셨어요. 소녀의 부모님한테도 연락을 해봤지만 연락이 도저히 되지 않았어요. 소녀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고 민이는 소녀의 손을 꼭 잡고 울고 있었어요.
30분 후, 소녀의 부모님이 병원에 도착했어요. 하지만 소녀의 모습을 보고도 담담한 표정이었어요. 그렇지만 소녀는 부모님을 보고 걱정하지 말라며 살며시 웃고 있었어요.
며칠 후, 소녀는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공기 좋은 시골의 한 마을로 요양을 갔어요. 소녀는 병원 의사의 말을 떠올렸어요.
'백혈병 말기 에요. 진작에 오셨어야 했는데... 공기 좋은 시골에서 요양을 하시는 게...'
소녀는 눈에 눈물이 고인 채로 살며시 웃었어요.
어느 날 밤, 그리고는 잠시 잠을 청하려는데 누가 온 것 같아 바깥을 보니 민이가 와 있었어요. 소녀는 반가워 어서 오라고 했어요. 소녀와 민이는 시골집의 마당에 있는 의자에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았어요. 밤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히 빛나고 있었어요. 마치 뿌려놓은 보석가루 같았어요. 몇 초간 서로 말이 없다가 소녀가 말을 했어요.
"난,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이 참 좋더라. 걱정스런 일이 있다가도 밤하늘에 있는 별을 보면 마음이 참 편해지거든. 서울에서는 별을 보기 힘들긴 하지만 가끔 보일 때가 있거든. "
"그래? 네 말 듣고 나니 정말 그렇네. 너무 예뻐"
소녀와 민이는 손을 잡고 잠시 말없이 밤하늘을 바라보았어요. 소녀는 친구와 손잡고 밤하늘의 별들을 보고 있다는 게 꿈같이 느껴졌어요. 그것도 잠시였어요. 어느 샌가 민이의 손에서 소녀의 손이 빠져 팔은 힘없이 처져있었어요. 놀란 민이는 소녀를 흔들어 깨웠어요.
"왜 이래? 일어나. 빨리"
"민...이야"
"그래. 나 민이야. 얼른 정신차려."
"나...너한테 내 이름... 안..가르쳐 줬지?"
"응"
"내 이름은....미소...야"
"미소야. 정신차려. 눈 좀 떠 봐"
"민...이야"
"응?"
"나...꼭 하고싶은 말이... 있어 "
"뭔데?"
"나랑...친구 해줘서...고마워"
"당연한 거야. 그건. 정신이나 차려"
"민...이야"
"응?"
"난.....밤하늘이....디게....좋아...."
소녀는 이렇게 말하곤 눈을 감아버렸어요. 그리고 다시는 눈을 뜨지 않았어요.
민이는 소녀를 안고서 엉엉 울어버렸어요.
그 때의 밤하늘의 별은 유난히도 반짝이고 있었어요.
p.s. 세 편의 동화를 쓰고 올린후 정말 오랫만에 써서 올리네요. 글이 많이 부족하죠? 저도 알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