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미는 시에나의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짧고 윤기 나는 털과 날씬한 몸매를 가진 샴 고양이 요정 샤미는 고양이 요정 중에서도 제일로 아름다웠습니다.
소나기가 내린 후 맑게 개인 8월 어느 한 날,
시에나와 샤미는 호숫가로 공놀이를 하러 나갔습니다.
아직 물기가 덜 마른 풀 숲이 싱그럽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한참 공놀이를 하던 중, 샤미가 찬 볼이 호수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샤미는 호숫가 바위로 올라가 공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잘 닿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번 힘껏 손을 뻗어 공을 잡은 순간, 샤미는 그만 비에 젖은 이끼에 미끄러져 공과 함께 호수로 빠져 버렸습니다.
큰일입니다. 샤미도 시에나도 수영을 할 줄 몰랐습니다.
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샤미를 보고 시에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막대기는커녕, 지푸라기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마침 쥐 사냥을 나왔던 파우가 이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파우는 재빨리 호수로 뛰어들어 정신을 잃고 물 속으로 가라앉던 샤미를 구해냈습니다.
다음날, 시에나와 파우는 감기가 든 샤미에게 냉이꽃다발을 들고 문병을 갔습니다.
“고마워, 파우. 어젠 너무 정신이 없어서 고맙단 인사도 제대로 못했어.”
이웃에 살기 때문에 매일같이 파우의 장난에 시달렸던 샤미지만, 이번만은 정말 고마웠던 모양입니다.
아무튼 샤미는 이 일로 파우와 매우 친해졌고, 감기가 나은 후부터는 시에나와 함께 셋이서 낚시를 즐기곤 했습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셋은 폭포로 소풍을 갔습니다.
울창한 나무들과 시원한 폭포소리 속에서 그해의 마지막 여름햇살을 즐겼습니다.
산을 내려왔을 땐 하늘에 벌써 별이 떠있었습니다.
파우와 샤미는 멀리 살고 있는 시에나를 먼저 바래다 준 후 집으로 향했습니다.
까만 밤길을 둘은 농담을 하고 장난을 치며 걸었습니다.
파우의 농담에 너무 재미있게 웃던 샤미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본의 아니게 파우의 품에 안기고 말았습니다.
“괜찮아?”
“으......응.”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샤미의 마음은 괜찮지 않았습니다.
이상하게 가슴이 콩닥거렸습니다. 그 하룻밤 내내, 샤미는 파우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자상하게 낚시를 가르쳐주던 파우의 모습, 장난스러운 파우의 농담, 그 모두가 샤미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습니다.
‘어쩌면 좋지? 내가 파우를 좋아하는 걸까? 안 되는데...... 파우에겐 시에나가 있는데...... ’
밤을 꼬박 새고 산책을 나온 샤미는 파우와 함께 있는 시에나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샤미를 본 시에나가 활짝 웃으며 말했습니다.
“샤미야! 마침 잘 만났다. 우리 낚시 갈 건데, 같이 가자! 파우가 새로운 곳을 발견했데.”
샤미는 순간 망설였지만 곧 마음을 굳혔습니다.
“아냐! 너희 둘이나 가. 난 좀 피곤해. 날씨도 너무 덥고...... 집에 가서 한숨 더 자야겠어!”
둘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샤미는 어릴 때 시에나와 약속했던 말을 생각했습니다.
“우리,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되자!”
샤미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떠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