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향기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
드라마는 "와! 너무 재밌다"까지는 아니지만,
남자주인공 이동욱은 "와! 너무 좋다"이다.
푹꺼진 눈하며, 약간 돌출된 입이며 특히나 빨간 입술이 아주 좋다!!!
나는 좋아지면 먼지까지 털어내야 하므로, 요즘은...
이동욱이 군대가서 찍은 '문화가 좋다'라는 국군방송 프로그램까지 보고있다.
16kg 쪄서 배랑 엉덩이까지 토실토실한 그 시절 모습은 더 좋다!
여인의 향기가 시작할때, 나는 도대체 저렇게나 뻔하고 진부한 드라마를 왜 만들지?
생각했다.
그럼 새롭고 유별난 드라마는 뭐가 있을꺼냐 물으면 별로 할 말은 없다.
왜 만드는지가 진심으로 궁금해서 기획의도까지 찾아봤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길. 그래서 우리 모두 지금이 불행하지 않은 삶을 살게 되길.'
기획의도까지 저렇게나 식상하다.
어제는 이동욱이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면서 두 남녀 주인공들이 저 기획의도를 깨닫는 내용이 그려졌다.
지욱이는 연재에게, 니가 죽을거면 나에게 접근하지 말았어야지! 라고 했다. 그리고 나도 그말이 백번 옳다고 생각을 했다.
어쩄거나 지욱이는 자신이 꼭 연재보다 오래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 사랑앞에서 너무 몸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내가 현실을 충실하게 산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것은 해야되고, 하기 싫은 일은 결국엔 때려치면서 나름 살아온 것 같았다.
그렇지만 언제 죽을지를 알 수 없듯이 얼마나 오래 살지도 알수 없다. 그래서 나도 미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금방 죽는 것도 두렵지만 오래 살아야 하는 일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현실보다 미래가 차지하는 자리가 넓어지게 된다.
그렇게 미래가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버리면 현실의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먹고 싶은 것 먹기위해, 갖고 싶은 것 갖기위해, 미래를 행복하게 해 줄 사람을 만나기 위해,
먹고싶은 것, 갖고싶은 것, 만나고 싶은 사람과 놀고싶은 것, 사랑하고 싶은 것 다 놓치게 된다.
미래도 엄연히 인생의 일부이기 때문에 현실만 충실하게 살겠다고는 다짐할 수 없겠다. 그렇지만 내 인생에서 미래보다는 현실이 주연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오래 살 수 도 있지만 빨리 죽을 수도 있으니까.
아무튼 서른 네살 이연재도 불같은 사랑을 하는 드라마 때문에
적당한 사람 만나서 시집이나 가야겠다는 내 계획이 틀어져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