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수험생인 동생에게 붙들려 새벽 4시에 잠이 듯 탓일까 원래 잠이 많은 탓일까
오늘은 해가 남중했을무렵 시험치고 일찍 하교한 동생이 깨워서 그제서야 일어났다.
삐질삐질 일어나 대충씻고 먹을걸 찾다가 '감자채썰어양파볶음 NO MSG 소금간 ONLY'정도의 반찬이 후라이팬 째로 남아있다. 어머니도 출근길이 많이 급하셨나보다. 옆에 구워놓은 햄이 평상시의 두배크기로 썰어져있다. 건강에 좋아보이는 '감자 ... 볶음'에 그저께 고기만 다 골라먹고 양념만 냉장보관해둔 '양념오리고추장볶음'의 잔해를 넣고 고추장을 넣고 고기가 어디있나 두리번 거리다 옆에 구워져있는 큼직한햄들을 좀더 잘게썰어 넣고 밥과함께 볶았다. 물론 햄을 썰기전에 큼직굵직한놈으로 두어개 집어먹는것도 빼놓지 않았다. 잘볶아 식탁에 놓고 숟가락을 들던찰나 동생이 거실에서 먹잰다. 요근래 발목인대를 다친 내 동생에게 나는 수족과도 같은 좋은 시다바리일 뿐이다. 거실에 취식의 자취가 남으면 집안이 발칵 뒤집어지니 신문지를 까는것도 잊지않았다.
방학이라 한가함을 참지못하고 옷을 추려입고 밖으로 나오던중 얌전히 주차되어있는 어머니 차를 보고 냅다 다이얼을 돌렸다. 어머니와 통화협상중에 집에 예비키가 있다는 정보도 얻고 '운전경험을 늘리기 위한 단거리주행'의 허락도 얻었다. 기분좋게 차키를 들고 할일없이 뒹굴던 친구녀석 하나도 냉큼 집어 조수석에 놓고 환호 해맞이공원으로 갔다. 예비키라 그런지 문열때, 잠글때 패닉음이 주의를 끌었지만 주목받는것을 즐기는편인 둘은 마치 한쌍의 게이처럼 나란히 공원을 걸었다. 긴 드라이브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대한민국 도로교통은 매우 공격적이어서 부담스러웠지만 내일은 차량 뒷면에 '직진만 3시간째'정도의 문구라도 하나 대문짝만하게 붙여서 다니면 빵빵 소리는 덜 들려올것 같다.
더 쓰고싶지만 부모님이 계신 지금 컴퓨터 앞에 오래 붙어있으면 제명에 살겠노라는 야무진 꿈을 실현하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할 것 같은 느낌이 불현듯 들어 차에 친구를 태웠던 이야기와 그녀석에게 저녁으로 고기를 얻어먹고 온 사실은 부모님께 비밀로 하고 컴퓨터도 어서 끄고 착한 아들로 기억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