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전같으면 저번에 쓴 편지쯤이야 후딱넘어가
마치 아픈 기억마저, 달력 넘기듯 후딱 넘길 수있던 나의 기억 속 문사는
어느덧 철이 들어 타인과의 대화에서 상처입는 법도 배우고,
또 대화로 인해 가슴뜯기는 고통도 익히며
하루하루 어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4~5년이 되어가는 문사와 나는 겨우 짧고,
또 어찌 생각해 일 초 일 초를 쌓아올렸다면 그것을 징그러울 만큼의
싫증과 번민, 그리고 사랑을 가늠할 만큼의 시간으로,
인간에게 한 철의 유행과 벌써 계절을 거듭하여 한 겹을 더 입고,
나는 인간의 속물성을 철저히 나의 대상에 대한 죄책감으로 느껴야 할
여러모로의 나에게는, 또는 나와 함께한 길고 긴 시간 나의 필우들의
공통된 심사라 감히 믿고 싶습니다.
서로서로 바람에 상처입고, 물질에 흉한 인심과, 원하지 않는 타력에 의한
무력감으로 지치는 가을. 내 사랑 가을이 이렇게 미움받는 것이
못내 며칠간 가슴 아팠기에, 때때로 눈물도 은은히 비치는 양은
어쩔 수 없었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베란다 근처의 아른다운 노을은 무지개빛 형형으로
아름답고 서글프고 화려하게 늙고 사라짐의 미학을 나에게
또는 실의에 빠진 이에게 황금같은 여운을 던지고 갑니다.
서로서로 감기는 조심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마치 숭어와 같이 감기는 환절기 오자마자 걸려서는
지금은 이비인후과에서 사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그 짜다고도 할수없고,
치과향기에 소금을 쳐 놓은 그 기분을 목구멍과 콧구멍에 가득 채우고 왔어요.
이제는 아로마 요법에 정말 심취했달까요...
어쩌다보니 본인의 방은 본인이 인테리어 하게 되다보니 방안의
특유의 향수가 손님을 맞는 최종의 준비라고 생각해서
여러 오일들을 구해놓았어요. 램프는 바다분위기가 나는 사기그릇이랍니다.
이불이나 섬유에 배어가는 걸 보면,
옷깃마다 배는 향기를 본자가 닮아 갈것만 같아요.
며칠전에는 "푸하하 붓다"라는 책을 읽었어요.
인도 예찬자 류시화씨에 버금갈 사람의 글이었는데,
정말 역시 인도에 대한 갈증만 낳아요.
이럴 때는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인도를 갈 때마다 느꼈다는 의외의 절망감과
이 당당한 희망의 아이러니가 사람사는 세상인가하고
우습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요지경 생각이 나더군요.
편지라면 지당 기쁜마음이어야 하는데, 괜히 우울해진 기분에 죄송하다는 말 뿐..
가을이 되면 늘 늘어가는 가족님들을 보며 위안받고자하는 이 나약한 계절,
그리고 짧아서 더욱 가지고 싶었던 계절이었지만
여러 여건에 의해 기뻐해주지도 못한 나의 계절에 미안함을 나타내며.
그럼 언제나 영혼에 청명함과, 생활의 정결함을.
雪<ゆ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