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이 무엇인고
수덕사에 들어와 만공스님을 처음 친견한 것은 예순여섯 해 전 겨울. 스님께 인사를 드리고 고개를 드니 다짜고짜 주장자로 한 대 때리는 것이었다. "아야야" 소리를 지르자 스님께서 "무엇이 아프냐?"고 물으셨다. "스님께서 때리셨으니 머리가 아프지요." 그러자 다시 한 번 주장자가 날아왔고, 스님께선 또 물으셨다. "아픈 놈이 무엇인고?"
그날 밤 스님께서 나를 불러 진지하게 다시 물으셨다.
"아까 내가 주장자로 때렸을 때 어디가 아팠는가?" "머리가 아팠습니다."
"참 이상하구나. 아픈 곳은 머리인데 어째서 입이 소리를 질렀을까?"
그러고 보니 정말 이상했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매 맞지 않고 아프지도 않은 입을 시켜 소리를 내게 한 놈이 어떤 놈인지 생각해 보아라."
그 뒤부터 부엌에서 군불을 지필 때도, 법당을 청소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 스님께선 나를 볼 때마다 주장자로 내 머리를 탁탁 내리치며, "배고프면 배고프다고 아우성치는 그 놈, 집에 두고 온 어머니가 보고 싶은 그 놈, 그 놈이 무엇인지 애쓰게 하는 그 놈을 찾아보아라. 네가 찾고 있는 그 놈이 어떤 놈인지 제대로 알아야 그 놈 농간에 넘어가지 않는 법이다."
밥을 하고 찬을 만들며 이곳저곳을 오가는 사이 덕숭산 자락이 붉게 물들고, 그 놈이 무언지 알아갈 즈음 스님께서 부르셨다. 내가 그 놈은 바로 "마음"인 것 같다고 했더니 스님께선 "마음이란 놈은 어디 있냐?"고 물으셨다. 그것이 문제였다. 분명히 있기는 한데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것. 또 다시 주장자가 어깨 위로 떨어지고 한참 너털웃음을 짓던 스님께서 "서른 먹은 중보다 네가 공부를 잘했구나" 하시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