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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 시 모음> 정연복의 '꽃샘추위의 말씀' 외
날짜
:
2015년 03월 11일 (수) 12:45:43 오후
조회
:
2000
<꽃샘추위 시 모음> 정연복의 '꽃샘추위의 말씀' 외
+ 꽃샘추위의 말씀
꽃샘추위 찾아오면
봄이 가깝게 느껴지다가도
꽃샘추위 엄습하면
아직도 추운 겨울임이 실감된다.
봄이 가까이 있지만
아직 겨울이라는
이 알쏭달쏭한
꽃샘추위의 말씀!
아직 겨울이지만
봄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이 희망적인
꽃샘추위의 말씀!
슬픔과 기쁨이 끊임없이
교대하고 중첩되는
인생의 길을 걸어가면서
가슴속 깊이 새겨두어야 하리.
+ 꽃샘추위
경칩이 지난 지도
벌써 닷새 되어
3월 중순으로 접어드는
오늘 아침
체감온도 영하 14도의
매서운 한파가 몰아쳤다.
한낮에는 봄기운
폴폴 나는 날씨 속
나무들의 빈가지 끝마다
슬그머니 고개 내밀던
연초록 새순들도
파랗게 질린 얼굴이다.
긴긴 겨울의 언덕 너머
새봄의 힘찬 발걸음을
한순간 이렇게
붙들어매 놓다니
꽃샘추위!
이름은 참 예쁜데
성깔은 보통이 아니다.
+ 꽃샘추위에게
긴긴 추운 겨울 너머
따스한 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은
너를 미워하겠지만
가만히 보면 너는
참 멋진 일을 하는 거다.
겨울과 봄의
틈바구니에 끼여 살면서
가는 겨울에게는
아쉬운 작별의 시간을 마련해주고
오는 봄에게는 느긋하게
숨 고를 시간을 주면서
겨울과 봄이 한동안
사이좋게 공존하게 해주는
너의 속 깊은 마음 씀씀이
참 아름답기 그지없다.
+ 꽃샘추위 언덕을 넘어
해마다 겨울 지나
새봄이 찾아오는 것
봄의 도래를 알리는
진달래꽃 한 송이 피는 것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고통 없이 되는 일이 아니다.
겨울은 쉽사리 끝나지 않는다
꽃은 순탄하게 피지 않는다
때로 한겨울 추위보다 더 앙칼진
꽃샘추위 언덕을 넘고서야
겨울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겨울나무는 아기 낳듯 꽃을 낳는다.
새봄이 오면 왜 가슴이 벅찬가
봄꽃을 보면 왜 눈부신가
사뿐사뿐 쉽게 오는 봄
스르르 쉽게 피는 꽃이 아니라
긴 고통의 시간을 잘 견디어내고
봄이 오고 꽃이 피기 때문이다.
+ 꽃샘추위 속 사랑노래
아직은 꽃샘추위의
장난스러운 시샘 있어
가지 끝의 연둣빛 새순들
꽃피기를 늦추고 있지만
조만간 터지리
봇물같이 터지리
긴긴 겨우내 쌓인 그리움
사랑의 꽃으로 피어나리
붉은 진달래꽃으로
하얀 목련꽃으로
온 천지 환히 밝히며
폭죽같이 터지리
+ 꽃샘추위
이별은 쉽게
허락되지 않는 것
겨울 끝자락의
꽃샘추위를 보라
봄기운에 떠밀려
총총히 떠나가면서도
겨울은 아련히
여운을 남긴다
어디 겨울뿐이랴
지금 너의 마음을
고요히 들여다 보라
바람 같은 세월에
수많은 계절이 흘렀어도
언젠가
네 곁을 떠난
옛 사랑의 추억이
숨결처럼 맴돌고 있으리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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