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 / 안재동
2월의 나목들은
잘 면도질한 듯 얼굴도 말쑥하고
어느 한 곳 가린 데 없이, 알몸으로 서서
자신의 본원적 외양을 보여주지만
누구 하나 거들떠봐 주지 않는다.
지난여름
소낙비나 따가운 햇볕을 피하려
가지 아래로 찾아들던 사람이나
사타구니 사이로 잽싸게 파고들어
간지럼 태우며 애교떨던
다람쥐조차 나타나지 않는다.
얼굴을 온통 뒤덮던 무성한 수염이며
젖꼭지와 배꼽까지도 울울창창,
야성적 털로 뒤덮였던 날들이
불현듯 그리워져서
이리저리 온몸을 뒤틀어보지만
꽁꽁 언 땅속, 겨우내 굳어버린
발부리가 아려올 뿐이다.
신선처럼 무욕의 경지에서 살고 싶었던
꿈을 접고, 그만
속세의 삶으로 다시 돌아가 볼까.
수염도 좀 멋 나게 기르고
화사스레 옷치장도 해 볼까나.
끙~ 온몸이 점점 가려워지기 시작한다.
여기저기서 몸부림치며
부산 떠는 나무들의 몸놀림에
2월의 온 대지가 들썩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