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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시 모음> 정연복의 '사랑은 밥' 외
날짜
:
2015년 05월 13일 (수) 8:31:59 오후
조회
:
2371
<사랑 시 모음> 정연복의 '사랑은 밥' 외
+ 사랑은 밥
배고프면 현기증이 난다
쓰러질 것 같다
밥을 먹으면 기운이 난다
금방 새 힘이 솟는다.
외롭고 쓸쓸하면 눈물난다
죽고 싶기까지 하다
사랑이 찾아오면 신난다
살아 있는 게 고맙고 재밌다.
삶에서
사랑은 밥과 같은 것
사랑은
사람을 살리는 밥이다.
+ 사랑하면 진달래처럼
사랑하면 가슴이
진달래처럼 곱게 물든다
연분홍 수줍음 머금어
마음이 순해진다.
사랑하면 의지가
진달래처럼 굳세어진다
긴긴 겨울 다 견디어내고
마침내 꽃을 피운다.
단 한 사람이라도
참으로 깊이 사랑하면
꽃의 영혼
꽃의 투혼을 갖게 된다.
+ 사랑의 겸손
누구를 사랑하면
나는 작아지네
사랑이 깊어지면 질수록
나는 점점 더 작아지네.
사람들 앞에서 으스대던
거짓 모습은 없어지고
자랑할 것 하나 없는
나의 참모습이 느껴지네.
아래로 아래로만
흐르는 물같이
사랑을 자꾸 하다보면
나는 물을 닮아가네.
+ 사랑의 오솔길
걸어요
손잡고 걸어요
호젓한 오솔길
둘이 행복하게 걸어요
사랑 노래 부르며
다정히 발맞추어 걸어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요
즐거운 새소리 들려요
여기저기 꽃들도
우리의 사랑을 응원해 줘요
맑고 파란 하늘 아래
우리의 발걸음은 깃털같이 가벼워요.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몰라도
아무 것도 그 어느 것도
두렵지 않아요
우리는 지금
함께 걷고 있으니까요.
+ 사랑의 축지법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먼길도 가깝다
두 사람이 어깨 기대고
느릿느릿 걸어도
어느새
길의 끝에 서 있다.
연인들의 산책로인
덕수궁 돌담길
밤 이슥토록
한 바퀴 두 바퀴……
몇 바퀴를 돌고 돌아도
다리 아픈 줄 모른다
길이 좀더 길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머나먼 길도
가깝게 느껴지게 하는
사랑의 마술
사랑의 축지법이다.
+ 황금과 사랑
황금을 태산같이 쌓으면
행복이 될까
날마다 황금이 늘어나면
행복도 늘어날까.
아니다
그렇지 않다
황금은 아무리 많이 쌓아도
그냥 황금일 뿐.
황금으로
사랑을 살 수 있을까
황금이 많으면
많은 사랑을 살 수 있을까.
아니다
그럴 수 없다
황금을 주고 사는 사랑은
겉치레의 가짜 사랑일 뿐.
참사랑은
가슴과 가슴이 만나는 일
가슴의 일은
황금으로 어찌할 수 없다.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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