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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시 모음> 박노해의 '진달래' 외
날짜
:
2015년 03월 30일 (월) 10:04:34 오후
조회
:
3149
<진달래 시 모음> 박노해의 '진달래' 외
+ 진달래
겨울을 뚫고 왔다
우리는 봄의 전위
꽃샘추위에 얼어 떨어져도
봄날 철쭉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 외로운 겨울 산천에
봄불 내주고 시들기 위해 왔다
나 온몸으로 겨울 표적 되어
오직 쓰러지기 위해 붉게 왔다
내 등뒤에 꽃피어 오는
너를 위하여
(박노해·시인, 1957-)
+ 진달래
진달래는 먹는 꽃
먹을수록 배고픈 꽃
한 잎 두 잎 따먹은 진달래에 취하여
쑥바구니 옆에 낀 채 곧잘 잠들던
순이의 소식도 이제는 먼데
예외처럼 서울 갔다 돌아온 사나이는
조을리는 오월의 언덕에 누워
안타까운 진달래만 씹는다
진달래는 먹는 꽃
먹을수록 배고픈 꽃
(조연현·시인, 1920-1981)
+ 진달래
순이나 옥이 같은 이름으로 너는 온다
그 흔한 레이스나 귀걸이 하나 없이
겨우내 빈 그, 자리를
눈시울만 붉어 있다
어린 날 아지랑이 아른아른 돌아오면
사립문 열고 드는 흰옷 입은 이웃들이
이 봄사 편지를 들고
울 너머로 웃는다
(전연희·시조시인, 1947-)
+ 진달래
연분홍 입술마다
웃음을 머금었다
새 봄의 기쁜 소식
온 산에 알려주니
벙그는
미소에 따라
이 산 저 산 붉어간다
설레는 가지마다
꽃다발 한 아름씩
나물 캐는 봄처녀
설레는 맘 안아주듯
온산을
붉게 태우는
그 모습이 고와라
(최우연·시인)
+ 진달래
해마다 부활하는
사랑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네 가느단 꽃술이 바람에 떠는 날
상처입은 나비의 눈매를 본 적이 있니
견딜 길 없는 그리움의 끝을 너는 보았니
봄마다 앓아 눕는
우리들의 지병(持病)은 사랑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한 점 흰 구름 스쳐가는 나의 창가에
왜 사랑의 빛은 이토록 선연한가
모질게 먹은 마음도
해 아래 부서지는 꽃가루인데
물이 피 되어 흐르는가
오늘도 다시 피는
눈물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사랑하면 진달래처럼
사랑하면 가슴이
진달래처럼 곱게 물든다
연분홍 수줍음 머금어
마음이 순해진다.
사랑하면 의지가
진달래처럼 굳세어진다
긴긴 겨울 다 견디어내고
마침내 꽃을 피운다.
단 한 사람이라도
참으로 깊이 사랑하면
꽃의 영혼
꽃의 투혼을 갖게 된다.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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