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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시 모음> 정연복의 '웃음꽃 필 무렵' 외
날짜
:
2014년 11월 05일 (수) 1:49:11 오후
조회
:
1188
<웃음 시 모음> 정연복의 '웃음꽃 필 무렵' 외
+ 웃음꽃 필 무렵
요즘 들어 나는
슬픔이 짙다
겉으로는 울지 않아도
속울음이 나올 때가 많다
활짝 웃어본 지가
무척 오래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슬픔에 무너지지 않으리
괴로움 너머
기쁨 있음을 잊지 않으리
어쩌면 바로 지금이
웃음꽃 필 무렵!
+ 웃음꽃
하마 입 우리 아빠
하하하
앵두 입술 우리 엄마
호호호
나는 새앙쥐 입
히히히
병아리 입 내 동생은
후후후
하하 호호
히히 후후
히히 호호
후후 하하
호호 후후
히히 하하
우리집 웃음꽃
피어나는 소리
행복의 꽃마차
굴러가는 소리
+ 까르르
까르르!
골목 어귀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연방 터져 나오는
하나의 웃음이
둘의 웃음이 되고
둘의 웃음이
또 셋의 웃음으로 번지는
한 송이 꽃같이
해맑고 기분 좋은 소리
꽃들도 이 소리 들었는지
더 활짝 웃는 모습이다
+ 미소
제비꽃 작은
미소 하나
너에게로 띄워 보냈다
나에게로 돌아온
채송화처럼
환한 웃음 한 다발
두둥실 하늘을
나는 마음에
난 다시 너에게로
나팔꽃
싱그러운 웃음 한 바구니
실어 보냈다
미소에서 미소로 이어지는
이 신비한 전염
행복한 미소의
에스컬레이션
+ 풀꽃의 웃음
좁쌀 만한
하얀 풀꽃 하나
파란 하늘
밝은 햇살 아래
온몸으로
활짝 웃고 있다
남이 보아주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제 모습 그대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참 예쁘다
너무나도 당당하다
세상 풍경을
살며시 바꾸어놓는
저 작디작은 것의
눈부신 웃음꽃 한 송이.
+ 눈물
웬만큼 기쁘면
웃음이 나오지만
진짜로 기쁘면
울음이 나옵니다
고였던 봇물 터지듯
눈물샘 펑펑 터집니다.
웃음도 좋지만
웃는 모습 꽃같이 예쁘지만
울음이 눈물이
한 수 위인 모양입니다.
+ 웃음과 눈물
얼굴에 피어나는
활짝 웃음이
한 송이
어여쁜 꽃이라면
눈가에 아롱아롱
맺힌 눈물은
세상에서 가장 값진
진주 보석이다.
웃는 얼굴에
행복이 찾아온다지만
눈물 없는 웃음은
생명 없는 종이꽃 같은 것
이제 얼마쯤 남은
지상에서의 내 목숨
부디 눈물로
흠뻑 젖어들었으면!
+ 꽃잎
꽃잎은 겨우
한 계절을 살면서도
세상에 죄 지은 일
하나 없는 양
언제 보아도
해맑게 웃는 얼굴이다
잠시 살다가
총총 사라지는
가난한 목숨의
저리도 환한 미소
마음 하나
텅 비워 살면
나의 생에도
꽃잎의 미소가 피려나
+ 코스모스
연분홍 코스모스 더미 속에서
아내가 웃고 있다
분홍빛 루즈를 칠한
입술 사이로
하얀 이빨 가지런히 드러내고
고운 눈웃음을 짓는다.
가을꽃 코스모스
가을에 태어난 아내
둘은 참 잘 어울린다
찰떡궁합 같다.
여덟 장의 꽃잎 벌려
코스모스가 활짝 웃고
아내도 덩달아
밝게 미소짓는 모습을 보니
올 가을에는
좋은 일이 많이 있겠다.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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