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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시 모음> 윤수천의 '늦가을 들판에서' 외
날짜
:
2014년 10월 31일 (금) 3:37:38 오후
조회
:
2013
<늦가을 시 모음> 윤수천의 '늦가을 들판에서' 외
+ 늦가을 들판에서
다들 돌아가는구나
풀도 벌레도 다들 돌아가는 구나
풀들의 집은 어디일까
벌레들의 고향은 어디일까
우리도 돌아가고 싶구나
따뜻한 등불 하나 켜놓은 집
그립구나
(윤수천·시인, 1942-)
+ 늦가을
무서리 내린 새벽
까치 한 마리 공중에 뜨네
저도 늦가을 발이 시린가 보네
(안도현·시인, 1961-)
+ 늦가을
바작바작, 누군가가 그리운 날
나는 어깨 시려 스웨터를 걸치고
지난여름 더웠다고, 산은
그제야 옷을 벗네
(권경업·산악인 시인, 경북 안동 출생)
+ 늦가을 여행
철원행 세 칸 짜리 기차를 타고
들녘의 가을이 떠나고 있었어요
나도 누군가의 가슴속으로
늦가을 여행 다녀오고 싶어졌어요
(강인호·시인)
+ 늦가을에
잎새가 푸를 때는 잎이 많은 줄도 몰랐더니,
잎이 떨어지매, 낙엽이 지천으로 많아라.
곁에 있을 때는 있는 둥 만 둥한 사람도,
떠나면 빈자리는 메울 수 없이 크나니.
(김시종·시인, 1942-)
+ 늦가을
된서리 때려야
얼음골사과
제 맛이 돌듯
폭풍우 건너야
마침내
단풍잎 불붙듯
울음 없이
타오르는 사랑은
진짜가 아니다
(고증식·교사 시인, 1959-)
+ 늦가을
나는 지금
갈비뼈 하나를 앓고 있다.
억만의 저
자작나무잎사귀들
모두 흔들어 흙으로 보내고
이제 속 빈 수수깡이 되어
바람의 손톱으로 퉁기기만 해도
툭툭 부러지며
병 같은 사랑 하나 얻어
앓고 있다.
(문효치·시인, 1943-)
+ 늦가을
헛간에 좀 늦게 들어온 호박이 쭈뻣거리다가 얼굴에
곧 환한 미소를 띄며 서로에게 등을 기대고 앉아 긴 얘기를 시작합니다
싹이 트던 봄날부터 무서리 내린 지난가을까지를.
(이시영·시인, 1949-)
+ 늦가을
산다는 거
그런 거지 뭐
정 주고
정 받고
조금씩
기대고 부벼대다가
때로는
남인가봐
착각도 하다가
찬바람
불어오면
돌려줄 거
서둘러
돌려주고
훠이훠이
홀가분히
떠나가는 것
산다는 거
그런 거지 뭐
근데
그게
왜 그리
힘든지 몰라.
(김유미·시인)
+ 늦가을
그 무성하던 잎새들
듬성듬성 남은
쓸쓸한 나무에
작은 새 한 마리 찾아와
이 가지 저 가지 옮겨다니며
따스한 위로를 전하네.
정든 피붙이들 떠나보내고
가슴 많이 아프겠지만
울지 말아요
울지 말아요
새 봄이 오면
푸른 잎 다시 돋으리니.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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