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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의 벗, 프란치스코 교황님
날짜
:
2014년 08월 14일 (목) 5:25:56 오후
조회
:
1261
가난한 이들의 벗, 프란치스코 교황님 / 정연복
당신께서 방한하신 뜻깊은 오늘
잔뜩 흐린 날씨 속에
이 땅의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의
슬픈 눈물 같은 이슬비가 내립니다.
대주교라는 높은 지위에 올라서도
관저가 아니라 조그만 아파트에 살면서
차량과 운전기사를 거절하고
털털거리는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셨던 당신
"왜 화려한 집이나
커다란 자동차를 선택하지 않고
그렇게 작은 집에 머무시는 건가요?"라는
한 소녀의 질문에 이렇게 답하셨지요
"저는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만약 다른 사람들과 동떨어져서
혼자만 산다면 저 자신에게도 좋지 못할 거예요."
이렇듯 몸에 밴 청빈하고 검소한 생활
한없이 겸손하고 소탈한 면모는
바티칸에서 열린 교황 즉위 미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지요
미사를 시작하려고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나타난 당신의 모습은
전임 교황들과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당신의 옷은 레이스나 프릴 장식 없이
단순하고 소박하기 짝이 없었고
당신의 십자가 목걸이 또한
금목걸이 아닌 철제 십자가였습니다
교황권을 상징하는 '어부의 반지'도
과거 교황 즉위식에서 순금을 사용했던 것과 달리
도금한 은으로 만들었습니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며
참된 영성을 온몸으로 실천했던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본떠
가장 낮은 이들과 눈맞추고
가장 약한 이들의 손을 잡아주시는 당신
소외된 이들에 대한 각별한 배려
언행 일치와 솔선수범의 리더십으로
온 세상의 존경을 받으시는 당신
난민들과 수감자,
약물 중독자와 에이즈 감염자 등
세상 사람들이 외면하는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발에
다정히 입맞춤하신 당신
온화한 할아버지 같은 인상을 풍기며
만인의 친구요 연인이 될 수 있는
참 좋은 성품을 가지신 당신
교황의 절대 권력을 상징하는
'그리스도의 대리자',
'사도들의 으뜸 후계자' 등의 호칭 대신
스스로를 '로마의 주교'라 부르는 당신
고해성사를 하라고
남들에게 말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 행해야 옳은 거라고,
그래서 다른 신부 앞에 무릎 꿇고
죄를 고백하며 용서를 구한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교황이었던 당신
신을 믿지 않아도
양심에 따라 살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용기 있는 발언을 하면서
종교적 면모보다는 인간적 매력으로
기독교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당신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다"처럼
각종 사회 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과 거침없는 발언으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인 당신
삶을 발코니에서 관망하지 말고
거리로 나가서 파장을 일으켜라,
교회도 거리로 나가서
가난과 불평등과 맞서 싸워라,
이것을 회피하고 무시하는 사회에는
평화와 행복이 찾아올 수 없다고
쉽고도 분명히 말씀하시는 당신
"내가 조금 양보한 그 자리
내가 조금 덜 챙긴 그 공간이
불우한 이웃들의 희망 공간이 된다"며
국적과 인종, 나이와 종교를 넘어
당신의 발길 가 닿는 세상 구석구석
작은 희망의 모닥불을 피우는 당신.
이런 당신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
당신의 작은 몸짓과 행동 하나 하나에서
저 2천 년 전 갈릴리에 오셔서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이들의
진실한 벗이 되었던 나사렛 예수의
그리운 얼굴이 떠오릅니다
오,
아직은 억울하고 슬픈
눈물이 많은 이 땅 이 나라에
따뜻한 한 장 손수건으로 오신
프란치스코 교황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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