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시 모음> 정연복의 '마음 농사' 외 + 마음 농사 세상 살아가는 일 많이 복잡한 것 같아도 나이 육십 코앞에 두고 이제 알겠다 인생이란 본디 마음 농사 짓는 일 보이지 않는 마음 하나 잘 가꾸어 가는 일이라는 걸. 사랑과 우정 삶의 기쁨과 행복과 보람 따뜻한 이해와 용서도 결국 마음의 일이 아닌가. 쏜살같이 흐르는 세월에 이제 얼마쯤 남았을 나의 생 거추장스러운 것 미련 없이 가지치기하고 그저 마음의 집 하나 정성껏 지어야겠다. + 마음 하나 마음이 밝으면 온 세상이 밝아 보인다 마음이 맑고 깨끗하면 하루하루 삶이 상쾌하다 마음이 순하면 착한 행실을 수다히 낳는다 마음을 잘 지켜 가면 큰 유혹도 물리칠 수 있다 마음이 곧으면 한세상 바르게 살아간다. 보이지 않는 마음이 모든 걸 바꾸어놓는다 마음 하나에 한 사람의 생이 달려 있다. 마음이 하늘처럼 넓고 바다같이 깊은 사람 마음씨가 좋고 마음 씀씀이가 아름다운 사람 나이가 많이 들어도 마음이 어린아이 같은 사람 이런 사람은 자신도 행복하고 남들도 행복하게 한다 + 예쁜 마음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것 그런 생명과 생명이 서로 기대어 한 세상 어우러지는 것 살아가는 일은 만만하지 않아 한숨도 나오고 눈물도 흐르는 것 때로 상처 입고 때로 상처를 입히며 눈 흘기는 인생살이 속에서도 미움과 무관심보다는 사랑과 인정이 더 크고 많은 것 사랑한다, 사랑한다 말은 없어도 고달픈 생명 하나 품어 주고픈 예쁜 마음들이 옹기종기 모여 세상은 살아갈 만한 것 + 마음의 문 문이 늘 닫혀 있는 집 대문이 녹슨 집은 폐가다 나도 그렇다 너도 그렇다. 마음의 문이 활짝 열려 있지 않으면 그래서 밝은 햇살이 들고 남들이 찾아오지 않으면 먼지가 수북히 쌓이고 곰팡이 슬다가 이윽고 그 마음의 집 황량한 폐가로 변한다. 지금 내 마음의 문은 열려 있는가 닫혀 있는가 생사를 가르는 섬뜩한 화두(話頭)다. + 하늘 저 드넓은 하늘을 나의 마음이라 하자 저 맑고 순수한 하늘을 또 너의 마음이라 하자 마음은 시시각각 변해 종잡을 수 없다고 내 마음 나도 모를 때가 많다고 세상 사람들은 말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문득 하늘 같아질 때도 있지 않은가 서로의 존재에 눈멀어 마냥 행복했던 연애 시절 우리의 마음도 어쩐지 하늘을 닮았었지 아무런 욕심 없이 뭐든 기쁘게 품어주는 하늘이었지 + 푸른빛 마음 한줄기 비라도 내릴 듯 온 하늘이 잿빛 회색이다 그래도 사월의 나뭇잎들은 눈부시게 푸르다 나뭇잎들을 가만히 바라보면 심란했던 마음은 잔잔한 호수가 된다 햇살 밝은 날이나 잔뜩 찌푸린 날씨에도 자기다운 빛깔을 잃지 않는 저 의연한 나뭇잎들 나도 한세상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삶이 기쁘고 행복한 날이나 삶이 힘들고 슬픈 날에도 한결같이 푸른빛 마음 하나 보석처럼 품고 싶다 + 마음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으면서 보이지 않는 마음이 참 힘이 세다는 걸 느낀다 마음이 훨훨 가벼운 날에는 하루를 사는 것이 소풍 같다 꽃잎에 바람 스치듯 하는 일도 술술 풀린다 마음이 축 가라앉은 날에는 하루살이가 꼭 징역살이다 하려는 일마다 실타래처럼 꼬이고 온 세상이 낯설고 두렵다 고까짓 마음 하나에 삶의 풍경이 이리도 달라진다면 앞으로 남은 세월에는 좋은 마음 하나 품고 살아야 하지 + 마음 나도 모르는 내 마음 이 세상 누가 알 수 있을까 때로 잔잔한 호수이다가도 어느새 거센 파도 일고 한순간 하늘같이 넓어지다가도 이내 콩알만큼 작아지는 오락가락 시시각각 모습이 변하는 내 자신도 종잡을 수 없는 나의 마음 남들이 몰라준다 해도 서운해 말자 마음이란 본디 그런 것 알 수 없는 것 남들이 뭐라 하든 귀담아 듣지 말자 나를 칭송하는 말이든 나를 헐뜯는 말이든 그런 말에 휘둘리는 가벼운 존재는 되지 말자 나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워 나의 나다움을 정성껏 가꾸어 가자 + 마음의 풍경 그분은 세상 풍경을 참 잘도 지으셨다 언제 보아도 드넓은 하늘 사시사철 의연한 저 산봉우리 유유히 흐르는 강물 해질녘 서산마루의 연분홍 노을 꽃잎에 입맞춤하고 수줍은 듯 달아나는 바람 자신이 낙엽으로 질 때를 아는 저 순한 나무 잎새들. 나도 마음의 풍경 하나 잘 지으며 살다가 이윽고 한줄기 바람으로 고요히 스러지면 그뿐. + 마음 하늘같이 너른 마음 가질 수 없어도 바다처럼 깊은 마음 품을 수 없어도 땅같이 포용력 있는 마음 내 것일 수 없어도 산처럼 큰마음 내 마음일 수 없어도 하늘의 두둥실 구름같이 여유 있는 마음 졸졸 흐르는 시냇물처럼 명랑한 마음 옹달샘같이 작아도 맑은 마음 한 송이 들꽃처럼 순한 마음 내 마음이고 싶다 이런 마음 다 가질 순 없어도 어느 하나는 꼭 갖고 싶다. + 마음을 위한 기도 해같이 밝은 마음 달같이 포근한 마음 별같이 반짝이는 마음 옹달샘같이 맑은 마음 강같이 흐르는 마음 바다같이 깊은 마음 불같이 뜨거운 마음 흙같이 순한 마음 하늘같이 넓은 마음 산같이 의연한 마음 그런 마음 하나 품기를 늘 기도하며 살게 하소서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