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벽 위로 해가 떠올라
감옥 문을 비추는구나
감옥 안은 아직 깜깜하지만
바깥에는 땅 위로 햇살이 퍼지네
일어나서 모두 경쟁하듯 이를 잡고
종이 여덟 번 치면 아침 식사 시간
형제여, 나온 것은 다 먹게나
이제 곧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니
(호치민·베트남 민족운동 지도자, 1890-1969)
+ 아침
새떼가 우르르 내려앉았다
키가 작은 나무였다
열매를 쪼고 똥을 누기도 했다
새떼가 몇 발짝 떨어진 나무에게 옮겨가자
나무 상자로밖에 여겨지지 않던 나무가
누군가 들고 가는 양동이의 물처럼
한 번 또 한 번 출렁했다
서 있던 나도 네 모서리가 한 번 출렁했다
출렁출렁하는 한 양동이의 물
아직은 이 좋은 징조를 갖고 있다
(문태준·시인, 1970-)
+ 첫 소망
한껏 던진 원반모양 떠오르는 해
빈 가지에 앉으면 새소리로 충만하는 아침이다
말끔히 세수하는 일곱 시
넥타이를 고쳐매듯
아무하고나 손을 잡아왔으면
차츰 약해지는 시력이 물상을 선명히 보듯
새삼 의식하고픈 평범이여
아아 우직하게 天然래봤으면
(김광림·시인, 1929-)
아침은
참새들의 휘파람 소리로 온다.
천상에서 내리는 햇빛이
새날의 커튼을 올리고
지상은 은총에 눈뜨는 시간,
아침은
비상의 나래를 준비하는
저, 신들의 금관악기,
경쾌한 참새들의 휘파람 소리로
온다.
아침이 오는 길목에서
나누는 인사,
반짝이는 눈빛,
어두운 산하를 건너서
바람 부는 들녘을 날아서
너는 태초의 축복으로
내 손을 잡는다.
아아, 그것은 하나의 작은 역사,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역사를 창조한다.
부신 햇빛으로 터지는 함성,
아침이 오는 길목은
지상의 은총이 눈 뜨는 시간,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하여
어머니는 조찬을 준비하고,
장미는 봉오리를 터친다.
아침이 오는 길목에서
나누는 목례,
아아, 너와 내가 엮어가야 할
무언의 약속.
(오세영·시인, 1942-)
+ 이른 아침에
감자밭 일구느라
괭이질을 하는데
땅속에서 개구리 한 마리
툭 튀어나왔습니다.
날카로운 괭이 날에
한쪽 다리가 끊어진 채
나를 쳐다봅니다.
하던 일 멈추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하루 내내
밥도 먹히지 않았습니다.
물도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서정홍·농부 시인, 1958-)
+ 아침햇살
어둠을 뚫고
열리는 오로라
천만 비들기떼
금박된 날개에
실어다 뿌리는
아침햇살.
복면했던 산이
제 모습으로 돌아가
먹물을 뒤집어썼던 숲이
햇살 끼얹어 목욕하고
속살을 드러낸다.
햇살마다 독 아닌
하늘나라 각성제를 묻혀
최면을 풀고
세상은 하루치의 개벽으로
잠에서 깨어난다.
새벽과
빛
그 눈부심으로 맞는
열리는 아침의
개벽.
(류정숙·시인)
+ 아침에 관하여
그 여자는 냉장고에서 사과 하나를 꺼낸다.
그 여자는 낮게 중얼거린다.
나에게 달려온 이 사과
그 여자는 계란 하나도 꺼내어 프라이팬에 지진다.
나에게 달려온 이 계란.
멀고도 먼 길을 달려
빛과 그늘을 지나 달려
소리와 소리를 넘어 달려
그 여자는 버섯 몇 개도 꺼내어 프라이팬에 넣는다
지글지글지글
버섯들이 프라이팬 안에서 고개를 맞대고 수군거린다
나에게 달려온 이 기름
구름이 힘들게 빛의 날개를 들고 있는
아침
(강은교·시인, 1945-)
+ 아침엽서
아침을 사랑합니다
우윳빛 안개 스르르 감기는
이 아침을 사랑합니다
그대 이름
그대 얼굴
그대 목소리가 가득한 이 아침이
난 참말로 사랑스럽습니다.
산등성이를 숨가쁘게 달려온 해님
수줍은 눈길로 살살대며 초록잎에 입맞춤하면
눈물나게 내 맘을 설레게 하는 연초록 하늘세상
그대를 안고 춤추고만 싶습니다
차 한 잔에
그대 미소 닮은 햇살 한 스푼
초롱한 이슬 같은 사랑 두 스푼
그대 위해 성스러운 기도 한 줌을 담아 드리오니
우리는 항상
아침 안에서 서로를 마주하며
아침처럼 살다가
아침처럼 살다가
살다가 처음 만난 것처럼 작별인사 나누었으면....
아침을 사랑합니다
그대가 있기에
그대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싱그런
이 아침이 난 참말로 좋습니다.
(오순화·시인)